사회 사건·사고

33단계 찍은 유류할증료…'휴가포기족'부터 미리 끊는 시민까지

뉴스1

입력 2026.04.19 06:01

수정 2026.04.19 06:01

1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계류장에서 항공기가 이동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중동 전쟁 여파로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6.4.14 ⓒ 뉴스1 박지혜 기자
1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계류장에서 항공기가 이동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중동 전쟁 여파로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6.4.14 ⓒ 뉴스1 박지혜 기자


중동 사태에 장기화로 국제선 항공권의 유류할증료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16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4.16 ⓒ 뉴스1 이호윤 기자
중동 사태에 장기화로 국제선 항공권의 유류할증료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16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4.16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원래 올해 여름에 아버지 환갑여행을 갈 예정이었는데 평상시 가격의 3배가 넘어서 포기하기로 했어요."
오는 8월쯤 아버지 환갑여행으로 베트남 다낭에 가려고 계획하던 송소연 씨(30·여)는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결국 여행을 포기하기로 했다. 예전엔 특가로 왕복 20만~30만 원이면 다녀왔던 부산-다낭 항공권이 최근엔 50만 원까지 치솟은 데에 이어, 5월엔 더 오를 거라 생각하니 도무지 여행을 강행할 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송 씨는 "진에어 편도 기준 유류할증료만 117달러(17만 원)인데 그럼 결국 왕복 항공권은 적어도 70만 원은 될 것"이라며 "혹시나 휴전하면 기름값이 진정될까 봐 기다려왔는데 5월 유류할증료는 그대로 오를 것 같고 한없이 기다릴 수도 없어서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여행을 내년 이후로 미룰 예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5월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로 인상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외여행을 계획하던 시민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결국 여름휴가를 포기한다는 '휴가포기족'부터, 일단 4월 유류할증료가 적용되는 이달 내에 빨리 발권을 마치겠단 시민들까지 등장하는 모습이다.



"눈물 머금고 이번 주 예매"…'더 오를라' 이달 안에 항공권 사려는 사람들

5월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올해 3월 16일~4월 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이 1갤런당 511.21센트(1배럴당 214.71달러)를 기록하며 최고 단계인 33단계까지 올랐다. 유류할증료가 33단계가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중동 전쟁의 여파가 유류할증료에 반영되기 전인 3월 6단계였던 것에 비해 27단계 오른 것이다.

대한항공 기준으로 5월 발권분에 대한 유류할증료는 편도 7만 5000원(중국 칭다오, 일본 후쿠오카 등)~56만 4000원(미국 뉴욕, 워싱턴, 런던 등)으로 집계됐다.

즉 3월에는 왕복 유류할증료 19만 8000원이면 갈 수 있었던 뉴욕에 가기 위해서 왕복 유류할증료만 112만 8000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인들이 여행지로 자주 찾는 다낭, 세부 등 동남아도 3월 왕복 3만 원을 내야 했던 유류할증료가 36만 원으로 12배가량 급등했다.

항공권 가격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시민들 사이에선 유류할증료가 더 오르기 전인 이달 안에 항공권을 결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5월 중 일본 오키나와로 3박 4일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유 모 씨(27·여)는 휴전 소식에 항공권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까 주시하다가, 유류할증료가 5월에 최고치를 기록한단 소식을 듣고 낙담했다. 유 씨는 "어차피 4월에도 유류할증료가 1인 12만 원으로 오른 상태여서 '좀 더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조만간 더 오를 것 같아서 그냥 이대로 예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전쟁 나기 전엔 특가만 잘 잡으면 10만~20만 원으로도 가던 일본이 지금 40만 원까지 올랐다"며 "하루 차이로 비용 손해를 볼까봐 계속 타이밍만 노리고 있었는데, 유류할증료가 33단계 중 33단계로 오른단 소식을 들으니 그냥 눈물을 머금고 이번 주 내에 예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여행으로 눈 돌리는 사람들…전문가 "종전돼도 '유류할증료 정상화' 연말까지 기다려야"

아예 몇 개월 내의 해외여행은 포기했단 이들도 많다. 항공사가 유가 급등을 이유로 항공권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항공권이 취소되면 미리 결제했던 숙박비·차량 렌트비 등을 날리는 '도미노 피해'도 늘 수 있으니 차라리 해외여행을 시도도 하지 말잔 것이다.

올해 여름에 연인과 나트랑으로 여행하려던 김 모 씨(36·남)는 계획을 접고 국내 여행을 하기로 했다. 김 씨는 "미리 발권하면 항공권은 그나마 나은 가격으로 결제할 수 있겠지만 요즘엔 항공사들이 그냥 일방적으로 항공노선을 줄여버리고 취소 통보를 하고 있지 않냐"며 "여행 며칠 전까지도 '설마 취소되진 않겠지' 전전긍긍하는 게 싫어서 그냥 해외여행은 생각도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여행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여행에 눈을 돌리는 시민들도 있겠지만 국내도 국내선 유류할증료나 차 기름값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당분간 여행 수요가 국내로 향할 가능성이 많은데 제주도는 유가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내륙 여행이 많아질 것"이라며 "다만 내륙 관광도 최근 전세버스 업계가 유류비 급등으로 손해를 보고 있어 버스 단체 여행이 활성화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조만간 종전이 되더라도 항공권 가격이 급등한 현 상황은 올해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중동전쟁이 종전되더라도 이미 전 세계적으로 원유 수급은 4~5주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종전이나 휴전이 되더라도 손상된 원유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정상화하기까지는 연말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고, 유류할증료도 20단계 전후 정도로 진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