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40대 자산 73%가 '부동산'… 평균 부채 1.2억 돌파하며 전 연령대 '최고'
상급지 갈아타기 위해 추가 대출 얹는 순간, 은퇴 자금 고갈 잔혹한 현실
"자산 덩치 늘리기보다 현금 흐름이 살길"… 40대 가장들의 뼈아픈 역발상 결단
상급지 갈아타기 위해 추가 대출 얹는 순간, 은퇴 자금 고갈 잔혹한 현실
"자산 덩치 늘리기보다 현금 흐름이 살길"… 40대 가장들의 뼈아픈 역발상 결단
[파이낸셜뉴스] "여보, 옆 단지 김 과장네 이번에 잠실로 갈아탔대. 우리도 지금 안 움직이면 영영 못 가는 거 아냐?"
주말의 평온함을 깨는 아내의 조심스러운 한마디에 40대 가장 A씨는 들고 있던 리모컨을 꽉 쥐었다.
스마트폰에는 이른바 '상급지' 아파트의 매물 정보가 빼곡하지만, 그의 눈은 거실 벽면에 붙은 대출 상환 스케줄표로 향한다. '영끌'로 마련한 지금의 내 집. 자산 가치는 올랐다지만, 매달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원리금은 가장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상급지로 올라타서 자산의 급을 높일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멈추고 '인간다운 노후'를 준비할 것인가.
대한민국 가장들이 마주한 가장 잔혹한 딜레마, '아파트라는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한 어느 가장의 고통스러운 결단을 해부해 본다.
■ "집값 올랐다지만 쓸 돈이 없다"… 숫자가 증명한 하우스 푸어의 '화려한 감옥'
대한민국 40대 가계 자산의 구조는 기형적일 만큼 부동산에 쏠려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40대 가구의 평균 부채는 약 1억 2531만 원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전체 자산 중 거주 주택을 포함한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3.7%에 달한다.
서류상 자산은 수억 원이 불어났을지 몰라도, 현실의 삶은 고달프다.
가파르게 오른 금리에 매달 나가는 이자만 수백만 원에 이른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고위험 가구' 중 40~50대의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것은 보유세가 오른다는 의미다. 즉 내야할 세금이 더 많아진다는 의미다.
상급지로 갈아타기 위해 수억 원의 추가 대출을 받는 순간, 은퇴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시드머니마저 완전히 고갈된다는 것은 외면하기 힘든 통계적 진실이다.
■ "상급지의 환상" vs "현금 흐름의 실속"… 쪼개진 전문가들의 시선
이 '갈아타기' 전쟁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시중 은행의 전문가는 "부동산은 입지가 전부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40대에게 상급지 갈아타기를 종용하지만, 이들에게는 '시간'도 중요한 자산"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추가 대출을 내서 상급지로 이동하는 순간 은퇴 시계는 10년 이상 늦춰질 수밖에 없다. 자산의 급을 높이려다 정작 은퇴 후 쓸 현금이 한 푼도 없는 '빈곤한 흑자 부도'를 맞이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반면,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실물 자산의 급을 높이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라며 반론을 폈다. "당장의 이자 부담이 크더라도 핵심지 신축 아파트는 불황에 강하고 상승기에 가장 먼저 튄다. 40대에 조금 더 고생하더라도 상급지에 깃발을 꽂는 것이 자녀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유산"이라는 논리다.
■ "아파트에 살 것인가, 내 인생을 살 것인가"… 가장의 멈춰선 시계
결국 질문의 본질은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떤 노후를 살 것인가'로 귀결된다.
"여보, 우리 상급지는 포기하자. 대신 그 이자로 나갈 돈 아껴서 우리 노후 자금으로 돌리자."
가장 A씨가 아내에게 건넨 이 말은 포기가 아니라 냉혹한 현실 앞에서의 '선택'이다. 5억 원의 추가 대출을 받아 번듯한 상급지에 입성하는 화려함 대신, 그는 매달 들어오는 연금 계좌와 안정적인 생활비를 택했다.
더이상 아파트 평수를 넓히기 위해 남은 15년의 은퇴 준비 기간을 통째로 베팅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항복 선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가장이 아파트 호가창과 은퇴 계산기 사이에서 밤잠을 설친다.
상급지의 화려한 불빛이 승리자의 훈장처럼 보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내 집'이 나의 노후를 대신 살아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늘 밤, 당신의 아파트 창밖으로 보이는 불빛은 가족의 희망인가, 아니면 은퇴를 가로막는 감옥의 창살인가.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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