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힙하게 맵다" 日 젊은이들 1만명씩 줄세우는 '辛의 한수' [르포]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9 12:00

수정 2026.04.19 18:58

日 도쿄 농심 '신라면 분식' 매장 가보니
하라주쿠 점령한 글로벌 2호점
"韓드라마 감성 녹인 힙한 메뉴"
MZ 입소문에 월 1만명 발걸음
농심, 연평균 17% '폭풍 성장'
2030년 매출 500억엔 정조준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한 농심 신라면 분식 전경. 사진=김서연 기자·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한 농심 신라면 분식 전경. 사진=김서연 기자·
도쿄 신라면 분식에서 일본 현지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라면을 조리하고 있다. 농심 제공
도쿄 신라면 분식에서 일본 현지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라면을 조리하고 있다. 농심 제공
"힙하게 맵다" 日 젊은이들 1만명씩 줄세우는 '辛의 한수' [르포]
【파이낸셜뉴스 도쿄(일본)=김서연 기자】 "신라면은 라면의 본고장인 일본 시장에 '매운 라면'이라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상징적인 라면 브랜드로 정착했습니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은 지난 15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의 '신라면 분식'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현지화 영업 및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오는 2030년까지 연 매출 500억엔, 일본 라면 업계 '톱 5' 진입을 달성할 계획"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라면 본고장 삼킨 '매운맛'

이날 도쿄의 패션과 대중 문화의 중심지인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들어서자 한국인에게 익숙한 붉은 로고의 '신라면 분식' 입간판이 눈에 확 들어왔다.

도쿄 신라면 분식은 농심이 아시아 첫 매장이자 글로벌 2호점으로 지난해 6월 오픈했다. 메인 거리 상가 건물 2층에 위치한 매장에는 너구리 인형, 네온사인 등 소품을 활용한 인테리어와 메시지 보드가 마련돼 한국의 분식 맛집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김 법인장은 "서울 한강에 간 분위기에서 라면을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는 한강 라면 콘셉트"라며 "특히 신라면툼바는 신라면 분식에서 품절이 날 정도로 판매량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본 신라면 분식에는 월 평균 약 1만명이 방문한다. 이날도 매장은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고객들이 방문해 신라면을 즐겼다. 이들은 연신 땀을 닦으면서도 자신이 직접 조리한 라면 그릇을 비워냈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인 방문객은 "우리에게 신라면은 한국 드라마에서 보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힙한 메뉴"라고 말했다.

신라면 분식은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농심의 다양한 라면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현재 2호점인 일본 도쿄를 비롯해 페루 마추픽추(1호점). 베트남 호치민(3호점),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JFK) 국제공항(4호점) 등 4곳에서 운영 중이다. 농심은 지난 2010년부터 4월 10일을 '신라면의 날'로 정하고 일본 현지에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신라면의 날은 일본어로 숫자 '4'와 '10'의 발음이 '맵다'를 뜻하는 'Hot'의 발음과 유사한 점에 착안해 만든 '데이 마케팅'의 일환이다.

■2030년 매출 500억엔 목표

농심은 올해 5월까지 일본 놀이공원인 후지큐 하이랜드와 협업해 신라면과 너구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놀이공원 푸드코트에서 신라면과 신라면툼바, 너구리 순한맛을 활용한 콜라보 메뉴를 판매하고, 곳곳에 신라면 테마의 조형물을 설치해 브랜드 노출도를 높였다.

도쿄 중심부에서 약 120㎞ 떨어진 후지큐 하이랜드는 후지산 북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어, 놀이공원 전역에서 후지산을 조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간 방문객은 약 200만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또 지난 16~18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6 코리아 엑스포 도쿄'에 너구리를 테마로 참가하기도 했다.

농심은 1981년 동경사무소를 설립하며 라면의 본고장인 일본에 첫발을 내디뎠다. 1986년 본격적으로 일본 수출을 시작했고, 2002년 판매법인 '농심재팬'을 설립했다. 진출 초기만 하더라도 신라면은 매운맛에 도전하는 '챌린지'의 대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험한 위상은 완전히 다르다. 단순히 매운맛에 도전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현지인들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분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정영일 농심재팬 성장전략본부장은 "일본 현지 시장에서 20·30대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연 매출 약 111억엔을 기록하며 꿈의 100억엔 고지를 넘어섰다. 이어 연평균 17% 성장세를 유지하며 4년 만인 지난해 연 매출 200억엔(209억엔)을 돌파했다. 올해는 240억엔이 목표다. 특히 올해는 신라면 툼바(큰사발면)가 신라면에 이어 일본 3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의 전국 약 5만3000개 전 매장에 입점한다.
일본 라면시장은 연간 약 7조원(7564억엔) 규모다. 대부분 소유, 미소, 돈코츠 등 달고 짠 맛이 지배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툼바가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처럼 앞으로도 차별화된 신제품과 현지 마케팅으로 일본내 K라면의 위상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ssuccu@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