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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코인에 빵까지, 수익으로 연결된 '주목경제'…잊어서는 안 될 늑구의 '서사' [기사 ASMR]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0 15:47

수정 2026.04.20 15:46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기사를 읽고 나면 뒤끝이 남거나,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경험들 있으신지요. [기사 ASMR]은 현실의 독자와 모니터 안 기사가 상호작용하는 혼합현실(MR)처럼 '보도 이후', '보도 덕'에 달라진 이야기를 애프터서비스(AS)하듯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을 추구하는 기사, 지금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에이(A).에스(S).엠(M).알(R).'

[파이낸셜뉴스] '보도 이후', '보도 덕'에 달라진 이야기를 쓰는 콘셉트를 조금은 벗어나 보려고 합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그래서 현재 진행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8일 대전 오월드 사파리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 이야기입니다.



늑구의 탈출은 처음엔 맹수가 철조망 아래를 파고 탈출한 단순 사고였습니다. 이후 "사살해서는 안 된다"는 동정 여론으로 바뀌더니 시간이 지나며 "무사히 돌아오라"는 응원으로 변했습니다. 탈출 시간이 길어지면서 늑구는 점차 '자유를 찾아 나선 존재'로 의인화됐고, 이 같은 서사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와 이야기들은 일종의 '밈'으로 재생산되며 하나의 캐릭터이자 콘텐츠로 소비되기 시작했고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며 사회·경제적 현상으로 확산됐습니다.

이는 탈출 9일 만인 지난 17일 늑구가 생포된 이후에도 사그라들기는커녕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계가 이 같은 흐름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면서, 늑구를 둘러싼 현상은 온라인을 넘어 실물경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제의 영역에 들어온 '늑구' 열풍,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늑구, 실물경제로 확장

프랑스 유명 피규어 업체에서 제작한 늑대 피규어는 최근 '늑구 피규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네이버 캡처
프랑스 유명 피규어 업체에서 제작한 늑대 피규어는 최근 '늑구 피규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네이버 캡처

시작은 역시 온라인이었습니다. 늑구가 포획되기 전인 지난 10일 '펌프스왑(PumpSwap) 등 해외 일부 가상화폐 탈중앙거래소(DEX)에는 늑구의 이름을 딴 코인 'Neukgu'가 유통되고 있다는 게 알려졌습니다. 지난 8일 생성된 전형적인 밈코인(화제성 가상화폐)으로 물량은 1억6000만개, 총유동성은 2만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주목경제' 사례된 늑구 코인…'늑구 탈출', 세상의 시선을 보여주다 [쓸만한 이슈] 2026년 4월 12일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4/0005506060?sid=102

그러다 늑구는 흥미 위주의 밈코인에서 재화의 형태로 시장에서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대전 빵집 '하레하레'는 지난 18일부터 늑구 무사 귀환을 축하하는 '늑구빵'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빵 표면에 늑구 얼굴을 그려넣은 약 50개의 늑구빵은 오전이면 모두 팔릴 정도로 인기라고 합니다.

'늑구'라는 이름 자체가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프랑스 피규어 제작업체 파포가 내놓은 '늑대 피규어'는 최근 국내 포털에서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바로 '늑구' 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해당 제품을 판매하면서 '늑대 피규어' 옆에 늑구를 붙여 마케팅에 나섰습니다.

LG전자 베스트샵 대전본점도 늑구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늑구가 탈출한 뒤 대형 전광판을 통해 '늑구야 돌아와'라는 메시지를 송출해오던 이 매장은 지난 17일부터 '늑구야 돌아와서 고마워'로 바꿨습니다.

늑구 관련 굿즈를 판매해 달라는 바람이 온라인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오월드에서 늑구 굿즈를 판매했으면 하는 희망을 섞인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늑구 캐릭터를 자체 제작해 스마트폰케이스부터 응원봉까지 다양한 굿즈 상품을 이미지로 만들어 공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늑구는 오월드 내 격리 공간에서 충분한 먹이를 섭취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전을 대표하는 성심당에서 늑구 얼굴빵을 한정 판매한다며 온라인을 통해 전해진 소식은 알고보니 AI로 합성한 이미지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을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의 작동으로 봤습니다. 플랫폼 환경에서 물건이 아닌 대중의 관심, 즉 주목도가 경제적 가치로 이어진다는 개념을 뜻합니다.

서사 담은 소비로 이어져야


한 네티즌이 대전 오월드에서 늑구 굿즈를 판매해 줄 것을 희망하며 자체 제작한 늑구 캐릭터로 만든 굿즈를 이미지로 올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네티즌이 대전 오월드에서 늑구 굿즈를 판매해 줄 것을 희망하며 자체 제작한 늑구 캐릭터로 만든 굿즈를 이미지로 올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주목경제는 정보 홍수의 시대 "인간의 주의력은 부족해 진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 수익이나 가치를 만드는 경제활동이 바로 주목경제입니다.

기업도 소비자의 관심을 자신의 제품에 붙잡아 두면서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광고와 마케팅을 고민했습니다.

늑구도 단순한 유행을 넘어 '관심→콘텐츠→상품→수익'으로 이어지는 주목경제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주목경제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과거 기업이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자가 이를 구매하는 방식과 달리 대중이 먼저 관심을 만들어낸 뒤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늑구 현상에 담긴 사회적 의미에 주목했습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반응 방식이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고, SNS와 AI를 통해 개인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이를 표현하는 경향이 강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무분별한 상업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늑구의 상품화 자체는 가능하지만, 단순히 화제성에 기대 무분별하게 소비를 유도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반감을 줄 수 있다"며 "동물원 탈출의 배경에는 동물원 관리와 환경 문제라는 맥락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고려하지 않은 마케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단순한 '어그로'가 아니라 동물 보호나 환경 개선 등 의미 있는 메시지와 결합될 때 소비자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감동이나 사회적 가치가 동반될 때 주목경제 역시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늑구는 체중이 3㎏가량 빠졌지만, 지난 19일에도 분쇄한 소고기와 생닭 650g을 다 먹고 무리 없이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