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펀드도 '초단기채 쏠림'…회사채 펀드 자금 이탈 가속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0 13:37

수정 2026.04.20 18:58

[파이낸셜뉴스]국내 채권형 펀드 시장에서 자금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금리 변동성 확대 속에 '대기성 자금' 성격의 초단기채 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반면, 회사채 중심 펀드에서는 대규모 환매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연초 이후 국내 채권형 펀드 가운데 자금 유입 상위 4개 상품이 모두 초단기채 펀드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상품은 하나 초단기채증권 펀드로, 연초 이후 2774억원이 유입됐다. 해당 상품은 신용등급 A- 이상 채권과 단기 신용등급 A2- 이상 전자단기사채 및 기업어음(CP)에 투자하는 구조다.

이어 코레이트셀렉트단기채 펀드(2767억원), 우리나라초단기채권 펀드(2726억원), 코레이트초단기금리혼합자산 펀드(2213억원) 등으로의 자금 유입이 많았다. 사실상 초단기채 펀드가 자금 유입 상위를 '싹쓸이'한 셈이다.

이는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금리 경로 불확실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장기화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은 듀레이션을 최소화한 단기 상품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점차 반영하는 분위기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채권 가격은 하락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은 초단기채 펀드가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크레딧 시장에서도 경계 신호는 뚜렷하다. AA- 등급 3년 만기 회사채와 국고채 3년물 간 스프레드는 최근 확대 흐름을 보이며 크레딧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금리 방향성 불확실성에 더해 신용 스프레드까지 벌어지면서 중장기 회사채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행태도 단기화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기업어음(CP) 잔액은 올해 1월 초 114조원 수준에서 4월 중순 136조원대로 급증했다. 회사채 금리 부담을 회피하려는 발행 수요와 단기 투자 선호가 맞물린 결과다.

반면 회사채 투자 펀드에서는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연초 이후 가장 큰 자금 유출이 발생한 상품은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 펀드다.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증권모(母) 펀드에서 1조3937억원,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증권자(子) 펀드에서 7525억원이 빠져나가며 두 상품에서만 약 2조원이 순유출됐다.

이들 상품은 신용등급 A- 이상의 국내 크레딧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로 연초 이후 수익률이 0%대에 머물면서 투자 매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금리 상승 시 크레딧 채권의 평가손실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이탈을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듀레이션이 상대적으로 긴 회사채의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채권시장은 방향성보다 변동성이 더 크게 작용하는 국면"이라며 "채권 투자자로선 손실 방어가 중요하기에 초단기채 중심의 자금 쏠림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