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시아/호주

日 골든위크 '에너지 외교' 총력전…총리 호주·외무상 아프리카行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0 15:14

수정 2026.04.20 15:14

중동 리스크에 공급망 다변화 속도
중앙아·중남미에 대한 중국 선점에 '외교전 만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정부가 중동 정세 악화를 계기로 에너지 외교를 서두르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대체 조달 후보로 거론되는 중앙아시아와 중남미를 중국이 선점하고 있어 외교적 대응을 통한 만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올해 골든위크(4월 29일~5월 6일) 기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호주를,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앙골라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방문해 안정적인 자원 조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5일 호주와 아시아 15개국 정상들과 '아시아 탄소중립 공동체 플러스(AZEC+)' 화상회의를 열고 '파워 아시아' 구상을 제안했다. 아시아의 에너지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이 100억 달러(약 14조70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전날에는 오만의 하이삼 빈 타리크 알사이드 와 전화 회담을 갖고 원유의 안정적 확보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테기 외무상도 이달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외무장관과 각각 전화 회담을 했다. 두 나라는 모두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항로로 연결되는 항구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 에너지 외교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화석연료의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있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에 따르면 일본의 원유 수입 중 94%가 중동에 집중돼 있으며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카타르 의존도가 높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해협의 안전이 언제 회복될지는 불투명하다.

미·이란 충돌을 계기로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조달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면서 일본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우선 전체 원유 수입의 4%를 차지하는 미국산 원유 확대에 주목하고 있으며 오는 5월에는 수입 규모를 전년 대비 4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화석연료 수출 확대를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전략과도 맞물린다.

중앙아시아 역시 대체 조달처로 거론된다.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에는 일본 정부가 출자한 국제석유개발제석(INPEX)이 참여한 유전이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다만 미·이란 충돌 이후 일본 정상급과 중앙아시아 국가 간 접촉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외무성은 "경제산업성과 민간 기업과 함께 중앙아시아에서의 에너지 조달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정부 내에서는 중앙아시아와 함께 중남미도 대체 조달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중앙아시아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 육상 통로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3월 베이징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지도자와 회담하고 천연가스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중남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최대 산유국인 브라질의 주요 수출 대상은 중국이며 일본은 이 지역에서 원유 수입 실적이 거의 없다. 현재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과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리적 거리와 제한된 외교 접촉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일본 총리의 중남미 방문은 2024년 5월 기시다 후미오 이후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방문도 아베 신조 이후 10년 만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이 자원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외교적 만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고 석유 제품 공급을 요청했다. 베트남 등도 러시아산 에너지 도입을 추진 중이다.


미국·유럽과 제재 공조를 유지하는 일본은 예외가 적용되는 극동 석유·가스 개발 사업 '사할린2'를 제외하면 러시아산 에너지 도입 확대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