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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시 합격률'이란 통계적 착시, 법치주의의 위기 [변시 합격자 발표 D-1]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김상희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대한변호사협회 제공
김상희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대한변호사협회 제공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시기만 되면 반복되는 '합격률' 논쟁은 이제 중단돼 한다. 응시자 대비 합격자 비율을 따지는 소모적인 논쟁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당시의 사회적 합의와 현재 법률시장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교묘하게 가리고 있다. 이제 통계적 수사에서 벗어나, 사회와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배출 인원'이라는 실절적 수치를 직시해야 한다.

로스쿨 제도 도입 당시의 사회적 합의는 명확했다. 2012년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는 합격자 수를 총 입학정원인 2000명의 75% 수준인 '1500명'으로 결정했다. 이는 법조인 급증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었다. 여기서 '75%'라는 수치는 정해진 정원 하에서 도출된 결과값일 뿐이며, 이 합의의 본질은 '유사직역 통폐합'을 전제로 한 숫자였다. 하지만 제도가 안착된 지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인접직역과의 통합 논의는 완전히 실종됐다. 약속됐던 직역 정리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변호사 숫자만 기계적으로 늘리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어기는 행위다.

공급 과잉이 불러온 시장의 붕괴는 이미 적색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09년 약 1만명이었던 변호사 수는 어느덧 4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으며,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정부 목표치를 이미 상회하여 심각한 과밀 상태다.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2008년 6.97건에서 2021년 1.1건으로 무려 7분의 1 토막이 났다. 상위 10%가 매출의 70% 이상을 독점하는 기형적 구조 속에서 변호사 중위소득은 연 3000만원이라는 전문직 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의 수용 능력을 무시한 결과는 법률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비정상적인 징계 증가로 이어져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여기에 '결원보충제'라는 편법이 시장의 포화를 부추기고 있다. 법률로 정해진 총 입학정원 2000명 외에 매년 120~150명의 인원이 정원 외로 추가 입학하고 있으며, 이 숫자가 다시 합격자 수 산정의 근거가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꼼수로 유지되는 정원 확대는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할 교육 기관 스스로가 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처사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과 생산연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법률 수요의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공급 과잉을 이유로 선발 인원을 감축한 회계사 사례처럼, 변호사 시험 역시 과거의 잘못된 예측치를 폐기하고 유연하고 단호한 정원 관리에 나서야 한다.

김종호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의 연구는 현재 변호사 수가 적정 수준보다 4000~5000명 과다함을 경고하고 있다. 이제는 단기적으로 합격 인원을 1200명 수준으로 즉시 관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600~900명 선으로의 단계적 감축을 단행해야 한다. 국가 인력 정책은 감정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와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근거로 집행되어야 한다. '합격률'이라는 허상을 걷어내고, 무너져가는 법률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배출 인원'이란 실질적 통제에 정부와 법조계가 즉각 나서야 할 때다.

김상희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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