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소식·채식한다고 장수하지 않아요"...120세까지 살고 싶다면 [fn 인사이트]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1 16:08

수정 2026.04.21 16:00

초고령 사회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 우리는 어떻게 늙어가야 할까.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하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거룩하게 늙어가는 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장수과학자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 교수에게 '노화'는 죽음으로 가는 무기력한 단계가 아니다. 노화는 생존을 위해 세포가 최선을 다하는 능동적 과정이다. 장수는 유전적인 요인보다 후천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박 교수는 강조한다.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노동일 주필이 21일 만난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 교수는 노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주장한다.

또한 장수의 비결, 거룩하게 늙어가는 법을 조언한다. 소식, 채식을 한다고 무조건 장수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와 포용력을 갖춘 '당당한 노화(Confident Aging)'를 지향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생각이다. 이번 대담은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fn 인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화는 죽어가는 과정이 아니다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에 자외선을 강하게 쬐거나 독약을 넣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젊은 세포는 좋은 신호든 나쁜 신호든 핵으로 바로 들어가 증식하거나 죽는 반응을 보인 데 반해, 늙은 세포는 신호 전달이 원활하지 않아 증식을 못하지만 죽지도 않는 특성을 보였다.

박상철 교수는 해당 실험을 진행하며 "노화는 신호 전달 시스템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라며 "이는 노화가 단순히 죽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생명체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한다.

노화는 '죽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생존을 지키기 위한 거룩한 노력'으로 재정의될 수 있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주가 빅뱅 이후 쉬지 않고 계속 존재하듯 우리 몸의 모든 세포 역시 마지막 죽는 날까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라며 "외부 환경 변화나 기능 저하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은 혈압·혈당·체온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지표들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생명체가 끊임없이 노력하며 자신을 지켜나가는 본질을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 교수. 사진=서동일 기자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 교수. 사진=서동일 기자
소식보단 적정식, 휴식보단 참여를

박 교수는 장수 또한 유전자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선입견도 비판했다. 그는 "일란성 쌍둥이 실험 결과 장수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은 약 25%에 불과하며, 나머지 75%는 후천적인 영향으로 나타났다"라며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장수했다고 자신의 생활 습관을 무시하고 장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됐다. 유전적인 요인에만 크게 의존하기보다는 후천적인 노력이 훨씬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소식(小食)이 장수에 좋다는 통념이 있지만 '옵티멈 다이어트(Optimum Diet)', '적절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과도한 소식은 면역력 저하 등 몸의 여러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채식만 고집할 경우 비타민 B12와 같은 영양소가 부족할 수 있어, 채식과 육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전통 식단은 된장, 간장, 청국장 등의 발효식품을 통해 비타민 B12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장수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는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개념의 일이 아니라, 늘 하던 일을 계속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박상철 교수는 "농촌 사회에서는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도시의 화이트칼라 직종은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라며 "취미 활동을 하거나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것을 배우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박 교수는 당당한 노년을 위한 3원칙을 제시한다. '하자(Do·능동적 참여)', '주자(Share·나눔과 기여)', '배우자(Learn·끊임없는 학습)'이다.
그는 "미국의 정치인 헨리 키신저는 95세에 AI를 공부하고 책을 썼다"라며 "나이가 들어도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능동적으로 '비커밍(Becoming·되어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결코 늦지 않았다(Never too late)'는 마음으로, 지금이라도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