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제주대 12대 총장 취임한 양덕순 "대학 담장 안에 머무르지 않겠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1 15:54

수정 2026.04.21 15:54

교육·연구·산업·정주 잇는 지역 성장 허브 선언
'다함께 만드는 JNU 100년, 제주로·미래로' 비전 선포
AI 교육혁신·산학협력 생태계로 제주 미래 키운다
"총장은 권위 아닌 책임… 현장 뛰는 제1호 엔진 되겠다"
양덕순 제주대학교 제12대 총장이 21일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양 총장은 이날 ‘다함께 만드는 JNU 100년, 제주로·미래로’ 비전을 선포했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양덕순 제주대학교 제12대 총장이 21일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양 총장은 이날 ‘다함께 만드는 JNU 100년, 제주로·미래로’ 비전을 선포했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대학교 제12대 총장에 취임한 양덕순 총장이 대학 운영의 새 방향으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을 전면에 내걸었다. 대학을 교육기관에만 머물게 두지 않고 교육과 연구, 산업, 정주가 이어지는 지역 성장의 중심축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대학 구조개혁 압박이 겹친 상황에서 제주대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정면으로 답한 취임 메시지로 읽힌다.

제주대학교는 21일 아라뮤즈홀에서 제12대 양덕순 총장 취임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취임식에는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위성곤 국회의원, 김정겸 국가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장 겸 충남대 총장, 임문범 총동창회장, 김형옥, 부만근, 고충석, 송석언 전직 총장, 도내 유관기관 단체장, 대학 후원기관장, 교직원 등이 참석했다.



양덕순 총장은 취임식에서 제주대의 새 비전으로 '다함께 만드는 JNU 100년, 제주로·미래로'를 제시했다. 74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다음 100년을 준비하겠다는 선언이다. 구호를 내거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실현할 원칙으로 '다함께, 제대로, 새롭게'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날 취임사가 주목되는 이유는 대학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물었다는 점이다. 양 총장은 "대학이란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가, 국가거점국립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으며 지금의 대학이 지성의 상아탑에 머물 수 없다고 했다. 제주대가 제주 사회의 인재 양성기관을 넘어 지역의 산업과 정주 여건, 미래 성장 동력까지 함께 떠받치는 허브가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양 총장은 먼저 '다함께'의 가치를 강조했다. 대학 운영의 중심을 제도나 건물이 아니라 사람에게 두겠다고 했다. 교수와 직원, 조교, 학생, 동문이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는 공동체형 대학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숙의형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해 독단이 아닌 집단지성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총장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구성원이 함께 결정하는 구조로 대학 운영 방식을 바꾸겠다는 메시지다.

'제대로'는 국가거점국립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양 총장은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하고 교육자가 가르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학생들에게는 AI 기반 교육혁신과 스마트 캠퍼스를 통해 세계 어디서도 통하는 경쟁력을 갖추게 하겠다고 밝혔다. 글로컬대학과 RISE 사업 등 각종 국가 재정지원사업도 성과 중심으로 다시 짜고 대학회계와 산학협력단, 재정지원사업, 발전기금을 연결하는 통합 재정 운영체계도 구축하겠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따로 놀던 예산과 사업을 하나로 묶어 대학 운영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재정지원사업을 많이 따오는 것만이 아니라 따온 돈을 어디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쓸 것인지까지 다시 점검하겠다는 접근이다.

제주대학교 제12대 양덕순 총장 취임식이 21일 아라뮤즈홀에서 열렸다. 양덕순 총장과 임문범 총동창회장, 김형옥, 부만근, 고충석, 송석언 전직 총장 등 내외빈, 교직원들이 취임식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제주대학교 제12대 양덕순 총장 취임식이 21일 아라뮤즈홀에서 열렸다. 양덕순 총장과 임문범 총동창회장, 김형옥, 부만근, 고충석, 송석언 전직 총장 등 내외빈, 교직원들이 취임식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양 총장이 특히 힘을 준 대목은 '새롭게'다. 대학과 지역사회의 관계를 다시 세우겠다는 선언이 여기에 담겼다. 그는 제주대의 성장이 곧 제주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울타리 안에서만 움직이는 학교가 아니라 지역정부와 산업계, 지역사회와 손잡고 산학협력 생태계를 키우는 공공 자산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주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보편적 가치로 확장하겠다는 표현도 이런 맥락에 닿아 있다.

이 대목은 제주대가 앞으로 지역 현안 해결에 더 깊이 참여하고 협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주가 안고 있는 인구, 산업, 환경, 정주, 미래 먹거리 문제를 대학이 연구와 교육으로만 다루지 않고 실제 해법 생산의 주체로 뛰어들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방대 위기와 지역소멸이 동시에 거론되는 흐름 속에서 국가거점국립대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양 총장은 자신이 어떤 총장이 되겠는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총장은 지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헌신하고 책임지는 자리"라며 "총장실에 머무는 권위적 수장이 아니라 현장을 가장 먼저 뛰는 제1호 엔진이 되겠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 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시대적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고도 했다. 취임사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대목 가운데 하나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축사에서 "풍부한 식견과 덕망을 갖춘 양덕순 총장 취임으로 제주대학교가 또 한 번 도약하길 기대한다"며 "제주대학교가 싹틔울 지혜들이 제주의 들판과 바다를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꽃피우는 희망으로 자라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성곤 국회의원도 "우수한 인재는 기업을 오게 하고 산업을 키우며 결국 경제를 활성화한다"며 "양 총장이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로 우수한 인재 육성에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양덕순 총장 체제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제주대를 사람 중심 공동체로 다시 묶고 재정과 교육 혁신을 손질하며 지역과 산업을 함께 움직이는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취임사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 속도와 성과다.
제주대의 다음 100년은 선언보다 실천에서 평가받게 된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