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벤츠 수조원 규모 계약
고유가발 시장 기회 적극 활용을
고유가발 시장 기회 적극 활용을
삼성SDI의 이번 계약은 이재용 회장의 발로 뛰는 세일즈 효과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벤츠 수뇌부와 배터리 동맹을 비롯한 전략적 관계를 위해 긴밀히 회동을 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공포에도 묵묵히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네트워크 확장에 공을 들인 결과로 값진 결실을 얻었다고 본다.
LG에너지솔루션(엔솔)의 추가 수주도 주목할 만하다. LG엔솔은 벤츠에 2028년부터 7년간 2조6000억원 규모의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한다. 중저가 보급형 모델 LFP 배터리는 중국 업체의 유럽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LG엔솔은 그동안 고가 전기차용 고성능 배터리에 집중했으나 최근 LFP 중저가로 제품군을 늘렸다. LG엔솔의 벤츠 공급물량은 기존 수주금액까지 합치면 25조원대로 불어난다. LFP 배터리에 한발 늦은 것은 뼈아프지만 기술과 끈기로 지금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한때 일본이 앞섰다가 주도권을 한국에 뺏겼고, 지금은 중국의 저가 공세가 매섭다. 한국 배터리 업체는 전기차 수요 둔화 악재까지 겹쳐 한동안 위기론에 휩싸였으나 기술과 뚝심으로 버텼고 이제는 부활의 시동을 걸게 된 것이다. 고유가발 전기차 수요 증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인공지능(AI)발 수요 기대와 맞물려 배터리 시장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30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대비 90%가량, ESS배터리는 무려 160% 증가할 전망이다. 배터리 시장 새 판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산업가속화법(IAA)을 발표해 배터리, 전기차 전략산업 규제를 강화했다.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 외국에서 보조금을 받은 기업에 대한 불이익 등을 강제한 조항도 있다. 중국 업체에 불리한 반면 한국 기업엔 기회가 될 수 있다. IAA는 유럽 내 생산을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만든 미국도 마찬가지다. 현지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시장 접근에 상당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기술과 생태계 확보가 관건이다.
배터리는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자원과 기술이 결합된 복합산업으로 봐야 한다. 안정적인 광물 공급, 재활용 생태계 구축에 민관이 함께 힘을 쏟아야 한다.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은 한국, 중국, 일본이 앞선 가운데 미국 스타트업의 추격이 변수다. 누가 첫 상용화 주역이 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주행거리와 안정성, 고성능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한국 기업의 분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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