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학교 안전 사고 뒤 수습에서 위험 신호 먼저 잡는 체계로 바꿔야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연구원, 학교안전경찰관제 성과 분석
신고는 늘고 주요 폭력사고는 줄어 예방 효과 확인
전국 첫 상주형 실험 넘어 제주형 표준모델 과제

제주형 학교안전경찰관제는 전국 최초로 학교에 자치경찰관을 상시 배치해 교통지도와 순찰, 예방교육, 상담, 갈등 중재 등을 수행하는 제도다. 사진은 학교 현장에 배치된 안전경찰관. /사진=연합뉴스
제주형 학교안전경찰관제는 전국 최초로 학교에 자치경찰관을 상시 배치해 교통지도와 순찰, 예방교육, 상담, 갈등 중재 등을 수행하는 제도다. 사진은 학교 현장에 배치된 안전경찰관.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연구원이 제주형 학교안전경찰관제 운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학교 안전정책의 무게중심을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교폭력 인지·신고 건수는 늘었지만 주요 폭력사고는 오히려 줄어 위험 신호를 더 빨리 포착하고 초기에 개입하는 체계가 실제 효과를 내고 있다는 판단이다.

제주연구원은 22일 JRI 정책이슈브리프 '제주 학교안전경찰관제 운영 성과와 발전방안'을 내고 제주 학교안전경찰관제의 운영 성과와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연구책임은 박창열 연구위원이 맡았다.

보고서가 주목한 출발점은 학교 안전사고 증가세다. 제주지역 학교 안전사고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모두 6911건 발생했다. 연간 건수도 2020년 730건에서 2024년 2002건으로 늘었다. 학교 안팎의 위험을 사건이 터진 뒤 처리하는 방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제주는 이런 흐름 속에서 2024년 전국 최초로 '상주형 학교안전경찰관제'를 도입했다. 학교에 자치경찰관을 상시 배치해 등·하교 교통지도, 교내 순찰, 학교폭력 예방교육, 사안 조사 참여, 상담과 갈등 중재까지 맡기는 방식이다. 기존의 출동형 대응과 달리 학교 안에서 일상을 함께 보며 위험 신호를 먼저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이 제도의 핵심으로 꼽힌다.

성과도 숫자로 확인됐다. 학교폭력 인지·신고 건수는 2024년 52건에서 2025년 75건으로 늘었다. 겉으로만 보면 악화처럼 보이지만 연구원은 상주 경찰관 배치에 따라 잠재 위험이 더 이른 단계에서 드러난 결과로 해석했다. 실제 주요 폭력사고는 23건에서 18건으로 27.7% 줄었다. 신고가 늘었는데 중한 사고는 줄어든 구조다. 위험을 묻어두지 않고 초기에 밖으로 끌어내는 예방 효과가 작동했다.

2024년 학교안전경찰관 활동은 교통관리와 사안조사, 예방교육, 상담 등을 합쳐 469회 이뤄졌다. 학교폭력 한 분야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교통·생활·심리 영역을 함께 다루는 종합 안전관리 체계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다. 만족도 조사에서도 활동 만족도 85.12%, 지속 운영 필요성 93.76%, 확대 필요성 87.47%로 정책 수용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 제도는 이미 외부 평가에서도 성과를 인정받았다.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이 함께 추진한 학교안전경찰관제는 교육부 주관 '2024년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우수사례' 공모에서 우수 지방자치단체 사례로 선정됐다. 전국 최초 상주 배치 모델이 현장 성과와 제도 실험 두 측면에서 모두 주목받고 있다는 뜻이다.

제주연구원은 이제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위험 신호 단계에서 조기 개입하는 정책 전환, 상담·갈등·사고 패턴을 체계적으로 축적·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위험관리 체계 구축, 학교와 지역사회를 잇는 거버넌스 강화, 단계적 확대와 제도적 기반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제언이다. 학교 안전을 사건 처리 행정이 아니라 상시 관찰과 조기 개입, 데이터 분석이 결합된 운영 체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제주가 먼저 풀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지금까지는 일부 학교 중심의 시범 운영 성격이 강했다. 앞으로는 인력과 예산, 운영 매뉴얼을 어떻게 표준화하느냐에 따라 제주형 모델의 확장 가능성이 갈릴 전망이다. 신고 건수를 줄이는 데만 집착하면 오히려 초기 위험 포착 기능이 약해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의 평가는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고 얼마나 크게 번지기 전에 막았는가'에 더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박창열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안전경찰관제는 사후 수습보다 예방에 무게를 둔 정책"이라며 "신고 증가는 조기 발견이 늘었다는 뜻이고 주요 사고 감소는 사전 개입 효과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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