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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현송 한은 총재, 정부와 '위기 방파제' 쌓으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2 18:23

수정 2026.04.22 18:23

"고유가 속 중앙은행 역할 물어야"
물가·경기 균형있게 고려한 정책을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취임식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취임식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발표한 취임사에서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방 압력과 경기 하방 압력이 동시에 증대되었고,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금융 불균형 누증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유연한 통화정책, 금융안정 시스템 강화, 디지털 금융 혁신 및 원화 국제화, 경제 구조 개혁 등 4가지를 한은의 우선 과제로 제안했다.

현행법상 한은의 핵심 임무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다. 물가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지만 사실상 한은의 주된 역할은 물가안정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자산시장 과열이나 금융 불균형, 경제구조적 문제 등에서 그간 한은의 대응이 충분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신 총재가 취임사에서 역할 재고를 언급한 것은 기존의 물가 중심 기조를 넘어 금융안정과 구조 변화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한은의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통화정책의 시야를 넓혀 격변하는 경제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바란다.

지금 한국 경제는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월보다 1.6% 올라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석탄과 석유제품 가격은 32% 가까이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런 생산자물가는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지금도 가계의 생계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고유가 충격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비용 상승과 공급난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줄이고 있고, 건설사들은 주택사업과 관련된 공사비 원가 상승과 공기 지연 가능성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정유 과정의 부산물로 나오는 아스팔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도로공사가 중단되기도 한다. 나프타 수급 차질로 배달용기, 쓰레기봉투뿐 아니라 주사기와 수액백 등 의료물자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이렇게 실물경제가 충격을 받고 있는데도 코스피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 같은 금융과 실물의 괴리는 위험신호에 가깝다. 고유가로 기업 수익성과 생산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증시가 유동성에 기대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에 단지 환호만 해선 안 된다. 유가 충격이 실적 악화와 고용 둔화로 현실화되면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도 있다. 이런 경고음이 들리지 않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한은은 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정부와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실물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조화를 통해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정책 운용으로 '위기의 방파제'를 선제적으로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