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으로 촉발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PC·스마트폰·게임기 등 IT 완제품 가격이 도미노처럼 뛰고 있다. 반도체발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이른바 '칩플레이션(Chipflation·반도체+인플레이션)'이 소비자 지갑을 직접 압박하는 모양새다.
D램 2027년 말까지 수요 60%만 충족
22일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D램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2027년 말까지 시장 수요의 60% 수준만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기업들이 설비 투자와 생산라인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반도체 공정 특성상 신규 공장이 안정적 양산 체제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2027년, 늦으면 2028년 이후에야 공급 확대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3월 열린 엔비디아 연례개발자회의(GTC)에서 반도체 웨이퍼 공급난이 203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수급 균형을 위해 향후 2년간 D램 생산량이 연평균 12% 이상 늘어야 하지만 현실적인 증산 속도는 7%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와 공급 사이의 괴리는 가격 폭등으로 직결됐다. 올해 1분기 D램의 고정거래가는 50% 이상, 낸드플래시는 90% 넘게 급등했으며 2분기에도 양쪽 모두 최대 90% 안팎의 추가 상승이 점쳐진다.
칩플레이션이 장기 국면에 들어선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AI 서버 확산에 따른 수요 지형 변화가 꼽힌다.
데이터센터용 AI 서버가 확산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제품에 주문이 몰리고, 제조사들은 마진이 두터운 고부가 라인업에 생산능력을 집중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칩플레이션'에 삼성·LG 노트북 90만~100만원 올라
그 여파로 PC·모바일용 범용 D램과 낸드 물량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일반 소비자 시장의 품귀가 한층 가팔라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메모리 값 폭등은 완제품 가격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최근 노트북 신제품은 직전 세대 대비 최대 90만~100만원 비싸진 가격에 출시됐다.
스마트폰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S26' 시리즈는 전작과 비교해 출고가가 최대 29만5900원 올라 최상위 모델 기준 250만원 선을 돌파했다.
콘솔 게임기 시장도 인상 대열에 가세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5(PS5) 판매가를 100달러가량 인상했으며, 에이수스·HP·델 등 해외 PC 제조사들 역시 가격 조정을 단행했거나 예고한 상황이다.
연말까지 PC 완제품 가격이 20%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 구조 변화가 지속되는 한 칩플레이션 해소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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