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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콜라·소주·된장값 올랐나… 8년간 '10조원대 전분당 담합 카르텔'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3 14:46

수정 2026.04.23 14:57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대상·사조CPK·CJ제일제당 등 25명 무더기 기소
식료품 담합 역대 최대 규모...8년간 전분당 가격 73.4% 올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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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검찰이 '10조원대 전분당 가격 담합' 사건의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식품기업인 대상과 사조CPK, CJ제일제당의 전현직 대표 등 임직원 25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8년간 이뤄진 이들의 담합으로 전분당 가격은 70%이상 올랐다. 전분당은 말 그대로 전분을 녹여서 만든 당이다. 탄산음료, 과일주스, 소주, 막걸리, 제과, 제빵, 고추장, 된장, 물엿,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냉동류 등 단맛이 나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간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23일 이들 기업 법인 3곳과 임직원 21명, 전분당협회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대상의 사업본부장 김모씨는 지난 16일에 구속 기소됐다. 삼양사는 같은 혐의를 받았으나 수사에 협조한 대가 등으로 처분 유예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4곳은 2017년 7월~2025년 10월 사이 국내 시장에서 각종 음식, 음료·주류, 과자, 가축 사료 등에 사용되는 전분당 및 그 부산물 가격을 담합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이 추산한 담합 규모는 10조1520억원에 달한다. 국내 식료품 담합 중 최대 규모다.

△전분당 가격 일반 담합 약 7조2980억원 △대형 수요처 입찰 담합 약 1조160억원 △부산물 가격 담합 약 1조8380억원 등 업계 전반에 걸쳐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나희석 부장검사는 "담합 전과 비교해 전분 가격은 최고 73.4%, 당류 가격은 최고 63.8%로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이 가격을 올리기 위해 전분당 제품별 가격 조정 시기와 폭을 정하는 합의(기본합의)를 한 것으로 봤다. 또 이 과정에서 담합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각 업체별로 거래처에 제안할 가격 인상·인하 폭을 다르게 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특히 구매입찰을 통해 전분당을 구매하는 대형거래처(서울우유·한국야쿠르트·농심·하이트진로·포스코 등)에 대해 사전 낙찰업체 및 투찰가격을 합의한 것으로 분석했다.

예컨대 통상 대형구매업체들은 전분당을 팔 업체들에게 각자 가격을 적어서 낼 것을 주문하면, 전분당 업체들끼리 더 싼 가격을 제시하려고 경쟁하는 것이 정상적인 구매입찰이다.

그러나 대상, 사조CPK, CJ제일제당 등은 이런 입찰이 시작되기 전에 순번을 정해놓고 차례대로 낙찰 받을 수 있도록 꼼수를 부렸다는 취지다. 낙찰 받기로 한 업체가 특정 금액을 써내면 다른 들러리 업체는 이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식이다.

따라서 대형구매업체들은 당초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전분당을 구매했을 가능성이 크고, 이를 통해 최종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으로 전이됐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포스코의 경우 주물 등 철강제조 공정에도 전분당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담합 업체들은 전분당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가격을 매월 논의·결정한 뒤 거래처에 공동 가격을 통보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혐의도 포함됐다.


나 부장검사는 "고질적 담합 범행을 명확히 규명했으며, 개인 중 가담 정도가 중한 총 22명에 대해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며 "담합 범행으로 서민경제를 교란시킨 민생침해 사범은 반드시 엄벌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다시 한번 전파했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