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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악몽 재현 말아야" 日, MBK-마키노 인수 막은 배경은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3 16:21

수정 2026.04.23 16:22

사진=마키노후라이스제작소 홈페이지
사진=마키노후라이스제작소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정부가 한국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마키노후라이스제작소(마키노밀링머신, 이하 마키노) 인수 중단을 권고하는 등 해외 기술 유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도시바기계 코콤 위반 사건'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3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번 인수 중단 권고와 관련해 이 사건을 언급하며 "공작기계의 해외 유출에 대한 정부의 경계는 과잉 반응이 아니라 과거 경험에 근거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바기계 코콤 위반 사건'은 냉전기였던 1987년 일본산 고성능 공작기계가 옛 소련으로 불법 수출됐던 일을 말한다.

공작기계는 금속을 절삭·연마해 고정밀 부품을 만들어낸다. 자동차, 항공기, 반도체 제조 장비뿐 아니라 미사일, 잠수함, 전투기 같은 방위 장비도 기본적인 가공 공정은 동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재래식 무기는 물론 핵무기 제조에도 사용된다"고 말한다.

냉전 당시 서방국들은 공산권으로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대공산권 수출통제위원회(코콤)를 운영했다. 일본도 이 위원회에 참여했는데 도시바기계(현 시바우라기계)가 규정을 위반해 고성능 공작기계를 옛 소련에 수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련은 이를 이용해 잠수함 소음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고 미국은 소련 잠수함 탐지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정치 문제로 번졌다. 모회사인 도시바 경영진은 사임 압박을 받았고 도시바기계는 3년간 미국에서 판매 활동이 금지됐다.

닛케이는 "공작기계가 동서 진영의 군사 균형에 영향을 미친 이 사건은 민간 기술 수출이 안보를 흔들 수 있다는 현실을 일본에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과거 세계 최대 공작기계 생산국이던 미국과 유럽 산업이 침체된 가운데서도 일본 제품은 지금까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주요 공작기계 업체로는 마키노 외에 DMG모리세이키, 야마자키 마작, 오쿠마 등이 있다. 자동차 분야에 강한 나치후지코시(후지코시), 제이텍트, 전기·정밀 분야의 브라더공업, 쓰가미 등도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추격이 있지만 제품력과 서비스 측면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동맹국을 포함한 안보 측면에서도 일본 공작기계 기술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해외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을 경제안보추진법에 따른 '특정 중요 물자'로 지정했다.
외환법상으로도 '코어 업종'으로 분류해 해외 투자자가 지분을 취득할 경우 사전 신고와 심사를 의무화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