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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기계社 '마키노' 인수 나선 MBK… 日정부,제동 걸었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3 18:13

수정 2026.04.23 18:12

재무성, 인수중단 권고 사실 인정
2017년 외환법 개정 이후 첫사례
무기 제조할 수 있는 기술 포함돼
국가안보 훼손 가능성 우려한 듯
'일본판 CIA' 중의원 통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와 각료들이 23일 일본 도쿄 중의원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위원회(NIC) 설치 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직후 기뻐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정보 수집·분석 기능을 총리실 중심으로 통합해 안보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정보 사령탑을 구축하는 것으로, '일본판 중앙정보국(CIA)'에 비유된다. AFP연합뉴스
'일본판 CIA' 중의원 통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와 각료들이 23일 일본 도쿄 중의원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위원회(NIC) 설치 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직후 기뻐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정보 수집·분석 기능을 총리실 중심으로 통합해 안보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정보 사령탑을 구축하는 것으로, '일본판 중앙정보국(CIA)'에 비유된다. 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울=서혜진 특파원 박신영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일본 공작기계 제조업체 마키노후라이스제작소(마키노밀링머신, 이하 마키노)의 인수 중단을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날 재무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키노의 주식 취득과 관련해 "MBK파트너스가 제출한 외환법 신고에 대해 인수 중단 권고를 내린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전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이하 외환법)에 근거해 지난 22일 MBK에게 마키노 인수 계획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외국 투자자의 일본 기업 투자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2017년 개정된 외환법 이후 이같은 사례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MBK, 10일 이내 수용 여부 결정

가타야마 재무상은 MBK가 마키노를 완전 자회사화하려 했던 점과 마키노가 세계적인 수준의 공작기계를 제조하며 일본 방위 장비 제조업체들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이번 투자가 국가의 안전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MBK는 정부의 중단 권고를 받은 뒤 1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권고를 거부할 경우 일본 정부는 법에 근거해 인수 중단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공작기계 산업은 군사 전용이 가능한 이중용도 기술을 포함하고 있어 외환법상 '핵심 업종'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외국 투자자가 관련 기업 지분을 취득하려면 사전에 정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

마키노는 지난해 4월 일본 전자부품 업체 니덱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직면했고 MBK가 당시 '백기사'로 나섰다. 같은 해 6월 공개매수(TOB)를 통해 마키노를 완전 자회사화하겠다고 발표한 뒤 지난해 12월 초 TOB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계속 지연됐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법 승인, 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의 투자 규제 승인 등 주요 해외 인·허가는 확보했지만 일본 심사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일에도 일정이 또 미뤄져 오는 6월 말 TOB 개시가 예상됐으나 결국 일본 정부의 제동으로 인수 무산 가능성이 커졌다.

■군사 전용 가능한 기술 포함이 쟁점

이번 권고는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중국·러시아 등으로 군사 관련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을 주요 안보 리스크로 보고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다카이치 내각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외환법 개정안에는 재무성·경제산업성·국가안전보장국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해 개별 투자 안건을 통합 심사하는 '대일 외국투자위원회' 신설이 담겼다.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 유사한 형태다. 현재 소관 부처에서 사전 심사를 담당하게 하고 정보기관 참여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안보 리스크 점검이 불충분하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정부 사전 심사를 통해 중단 권고·명령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환법 개정 이전에는 지난 2008년 영국 투자펀드가 J파워 지분을 추가 매입하려 했을 당시 계획 중단 명령을 내린 것이 유일한 사례다.

한편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MBK와 현 경영진 간에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제기된다.
고려아연의 경우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다양한 핵심광물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제안보와 공급망, 국가기간산업 보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최근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며 한·미 공급망 협력 차원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어 이같은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sjmar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