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안전시설 볼모로 "비노조원 정보 넘겨라"… 선넘는 삼성 노조 [삼성전자 총파업 위기]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3 18:23

수정 2026.04.23 18:23

내달 총파업 앞두고 갈등 고조
유독물질 쌓인 안전보호시설
사측, 최소한의 인원 배치 호소
노측 "합의 있어야 이행 가능"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가 각종 유독물질 등이 쌓여 있는 안전보호시설에 대한 관리조차 '협상의 도구'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안전보호시설 정상 운영은 법률상 의무"라며 최소한의 인원이라도 배치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으나, 노조 측은 비노조원 정보부터 넘기면 안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안전시설 관리 요청에 대해 최종적으로 수용 불가 입장을 견지할 경우 투쟁 극대화를 위해 '안전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게시판에 '안전보호시설 유지운영'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공지문을 올리고, 노조 측에 "단체행동권도 중요하나, (총파업 등 쟁의행위 시) 반도체 사업장 내 안전보호시설 등에 관여하는 직원들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업무에 임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사측은 쟁의행위 시 안전시설 및 반도체 원료 관리공정에 전체 직원(약 12만8000명)의 5%에 달하는 인원은 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사업 특성상 삼성전자 화성·기흥·평택 등 반도체 공장에는 각종 유독·가연성 물질이 대량으로 적재돼 있다.

반면 노조는 안전보호시설 유지·운영 문제와 관련, "노사 합의가 있어야만 이행할 수 있는 사항"이라거나 "차기 단체협약에서 논의하면 될 사안"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는 파업 등 쟁의행위 중이라도 안전보호시설 및 원료 관리 등에는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사업장 내 임직원은 물론이고 인근 지역 주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고 산업설비의 치명적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사측은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고객사들과 공급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수원지방법원에 노조의 위법 쟁의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 중단 시 18조원에서 최대 30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 원료인 웨이퍼는 공정 대기 한계시간 내에 반드시 후속 공정을 거치지 않으면 산패가 일어난다.
그 때문에 총파업 시에는 대량 폐기가 불가피하다.

글로벌 고객사 및 해외 외신에서도 이번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 외신들은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으로 세계 최대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동차, 스마트폰 등 전 산업 분야에서 공급 병목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