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품격, 111구 투혼 펼친 로드리게스 '6이닝 1실점' 3승 수확
'미친 호수비+결정적 적시타' 전민재, 사직벌 뒤집은 특급 내야 사령관
무려 8일 만에 등판한 마무리 최준용... 너무 간절했던 롯데의 승리 방정식
'미친 호수비+결정적 적시타' 전민재, 사직벌 뒤집은 특급 내야 사령관
무려 8일 만에 등판한 마무리 최준용... 너무 간절했던 롯데의 승리 방정식
[파이낸셜뉴스] 기나긴 터널이었다. 마무리 투수는 아예 개점 휴업이었다. 무려 8일동안 푹 쉬었다. 이길 기회가 없으니 등판할 일도 없었다.
선발진이 아무리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해도 터지지 않는 타선 탓에 속절없이 패배를 쌓아가던 롯데 자이언츠가, 마침내 지독했던 5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롯데는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6-1의 완승을 거두었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5연패의 깊은 수렁에서 탈출하며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반면, 내심 5연승을 노리던 두산의 상승세는 한풀 꺾이게 되었다.
연패 스토퍼의 특명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 선발 로드리게스의 어깨는 무거웠다. 시작은 다소 험난했다. 1회부터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양의지에게 10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는 등 제구가 흔들리며 투구 수가 31개까지 치솟았다. 2회초에는 두산 다즈 카메론에게 뼈아픈 중월 솔로 홈런을 헌납하며 선취점마저 빼앗겼다.
하지만 로드리게스는 무너지지 않았다. 홈런을 허용한 직후 특유의 강속구와 날카로운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안정을 되찾았다. 이후 6회까지 마운드를 굳건히 지키며 111개의 투혼을 불살랐고, 6이닝 6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시즌 3승(1패)째를 수확했다. 위기마다 삼진을 솎아내는 위기관리 능력은 왜 그가 롯데의 에이스인지 여실히 증명했다.
마운드에 로드리게스가 있었다면, 그라운드 위에는 전민재가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0-1로 끌려가던 2회말, 롯데에 행운이 찾아왔다. 2사 후 손호영이 스트라이크 낫아웃 폭투로 1루 베이스를 밟은 것. 이 예기치 않은 출루는 두산 선발 잭 로그를 급격히 흔들었고, 손성빈의 1타점 2루타로 단숨에 동점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찬스에서 전민재가 좌전 적시 2루타를 폭발시키며 2-1, 기분 좋은 역전을 일궈냈다.
전민재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1의 살얼음판 리드가 이어지던 4회말 1사 2, 3루의 황금 찬스. 자칫 흐름이 끊길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전민재는 침착하게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3-1로 도망가는 귀중한 타점을 올렸다. 이 적시타를 기점으로 한태양의 내야 땅볼과 빅터 레이예스의 적시타가 연달아 터지며 롯데는 5-1로 크게 달아나 승기를 굳힐 수 있었다.
수비에서의 존재감은 타석보다 더욱 빛났다. 5-1로 앞선 5회초, 두산이 1사 1, 2루의 반격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리그 최고의 타자 양의지. 양의지의 매서운 타구가 2루 베이스 쪽으로 빠져나가는 듯했지만, 유격수 전민재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몸을 날려 타구를 걷어냈다. 그리고는 지체 없이 2루-1루로 이어지는 완벽한 병살타를 완성하며 두산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직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 이날 경기의 최고 하이라이트였다.
타선이 오랜만에 6점이라는 넉넉한 득점 지원을 해주자, 롯데 벤치도 여유롭게 불펜을 가동했다. 7회 현도훈, 8회 박정민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그리고 9회초, 롯데의 마무리 최준용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등판은 무려 8일 만이었다. 마무리 투수가 일주일 넘게 개점휴업 상태였다는 것은, 그동안 롯데가 세이브 상황을 만들지 못할 만큼 철저하게 밀리는 경기를 해왔다는 뼈아픈 반증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마운드를 밟은 최준용은 9회를 깔끔하게 지워내며 팀의 승리를 확정 지었다.
투수들의 헌신, 모처럼 응집력을 보여준 타선, 그리고 결정적인 호수비. 롯데 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완벽한 '승리 공식'이 모처럼 사직구장에서 완성되었다.
길었던 5연패의 악몽을 털어낸 거인 군단이, 이 승리를 발판 삼아 다시금 높은 곳을 향해 진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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