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티메프 사태' 촉발한 납품대금 단축 추진…업계, "중소기업 한정해야"

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4 21:17

수정 2026.04.24 21:17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한국유통학회의 춘계학술대회에서 노한성 한국편의점협회 팀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한국유통학회의 춘계학술대회에서 노한성 한국편의점협회 팀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납품대금 지급기한을 단축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개정안을 두고 유통업계에서 제도 설계의 정교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률적인 규제 강화가 오히려 시장 양극화와 소비자 후생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유통학회 춘계학술대회' 유통정책 세션에서 노한성 한국편의점협회 팀장은 '대규모유통업법에서 납품대금 지급기한과 적용 대상 명확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노 팀장은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개정안을 언급하며, 현행 상품수령일 기준 60일(직매입)의 납품대금 지급기한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 유통 현장과의 괴리를 지적했다. 노 팀장은 "실제 발주에서 대금지급까지 이어지는 직매입거래 프로세스 상, 월 1회 매입마감 기준 평균 지급기한이 33.6일로 30일을 웃도는 실정"이라며 현실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현 체계는 2021년 법 개정 이후 5년 이상 운영되며 시스템이 성숙 단계에 진입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노 팀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지급기한 단축에 맞춰 시스템 개편이 이뤄질 경우,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기존에 축적된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해당 제도가 유동성 여력이 충분한 일부 대형 유통기업 중심의 구조를 만들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채널 양극화와 시장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노 팀장은 "이 같은 점을 종합할 때, 해당 개정안의 여파로 상품 다양성 감소로 인한 소비자 선택권 저하 및 유통 생태계 전반의 경직성 강화가 우려된다"며 "현재 산업에서 유지되고 있는 선의의 경쟁구도가 붕괴돼 소비자후생 및 산업 수준의 질적인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의 건의안으로서 지급기한을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노 팀장은 "중소 납품기업에는 상품수령일 기준 30일, 월 1회 정산 시 매입마감일 기준 20일을 적용하고, 중견·대기업 간 거래에는 현행 60일 기준을 유지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제도 운용 방식과 관련해서는 처벌 중심이 아닌 유인 중심 접근을 제시했다. 노 팀장은 "위반 시 제재를 강화하기보다, 기준을 준수하는 기업에 대해 과징금 감경, 직권조사 면제, 시정조치 감경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규모유통업법상 납품기업의 우월적 지위 판단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실제로 유통기업보다 규모나 매출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납품기업도 존재하는 만큼, 법 적용 대상은 중소기업에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노 팀장은 "이번 규제는 특정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경영 능력 부실에서 비롯된 만큼, 동일한 규제를 산업 전반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남는다"며 "중소 제조기업의 유동성 확보라는 정책 목적을 위해, 중소기업 (납품사) 한정 지급 기한 단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