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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압박, 기업·주주·경제 모두에 위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4 16:02

수정 2026.04.24 16:24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노사 간 긴장이 심화하고 있다.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 모습. /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노사 간 긴장이 심화하고 있다.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 모습. /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함에 따라 노사 간 긴장이 심화하고 있다.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우리가 18일 멈추면 18조원 가까운 공백이 생긴다"며 "이것이 숫자로 보일 수 있는 우리의 가치"라고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가 약 300조원이라는 점을 근거로 파업 강행 시 하루에 1조원이 날아간다고 압박한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 초호황을 근거로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배분하고 상한을 폐지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성과급은 경영 성과와 투자 계획, 시장 상황을 반영해 유연하게 정해져야 한다.

성과급 비율을 고정하고 상한까지 없애는 방식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대법원이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성과 인센티브는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는 성과급이 고정적 임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임금 교섭에서 그 배분 기준을 일률적으로 고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기업의 실적을 조직 구성원들과 나누는 것은 노력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필요하다. 다만 기업이 이룬 성과는 숙련된 노동력과 근로자의 헌신뿐 아니라 리스크를 감수하는 자본의 투자, 인프라와 시장 환경, 기업가 정신이 결합된 결과다. 성과 배분은 이런 요인들 간 상호 기여를 반영하되 기업의 장기 성장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과 '상한 폐지' 요구는 경기 변동과 투자 사이클을 고려할 때 재무적 안정성과 미래의 투자 여력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들은 한국 사회에서 이미 최고 수준의 보상을 받는 대기업 직원들이다. 저임금에도 소임을 다하는 중소기업 노동자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투쟁이 '그들만의 잔치'처럼 비칠 수 있다. 불경기에 생존을 걱정하는 자영업자와 취업 문턱 앞에서 머물러 있는 청년들의 현실과의 괴리 역시 외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노조가 주장하는 성과급 규모는 전체 배당금의 4배가 넘는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에 나선 420만 주주에 대한 위험 보상 원칙을 흔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주들도 주주 재산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는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렵고, 공감을 얻지 못하는 투쟁은 사회적 비용만 키울 뿐이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한국의 수많은 기업 중 하나가 아니다.
이 회사의 실적에 우리 전체 경제의 성과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이터통신도 세계 최대 메모리 제조사의 파업이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파급력이 큰 산업에서 경기 사이클을 외면한 채 당장의 성과만을 근거로 과도한 요구를 내세우는 것은 결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스스로 해치는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