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가처분 신청에 신뢰 균열…창원서 교섭 재개로 대화는 이어가
가맹점주 손배 요구 등 갈등 다각화…화물연대 "끝까지 책임 물을 것"
'조합원 사망' 화물연대 사태 장기화 전망…대화로 돌파구 열까사측 가처분 신청에 신뢰 균열…창원서 교섭 재개로 대화는 이어가
가맹점주 손배 요구 등 갈등 다각화…화물연대 "끝까지 책임 물을 것"
(진주=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조합원 사망 사고로 촉발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와 BGF로지스의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측을 '실질적 원청'으로 지목하며 구조적 개선을 촉구한 가운데 노사는 대화를 시작했으나 사측의 '가처분 신청'이라는 돌발 변수로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 조합원 사망사고로 사태 촉발…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 요구
이번 화물연대 사태는 지난 20일 조합원이 화물차에 치여 숨지면서 촉발됐다.
당시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화물연대 조합원이 물류 수송차량을 가로막다가 치여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다른 조합원이 차를 몰고 경찰 바리케이드를 들이받으며 물류센터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다치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그동안 쌓인 열악한 노동 환경이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는 입장이다.
차주들은 하루 13∼14시간의 노동에 시달리며 월 순소득은 320만원 선에 불과하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휴식을 취하려 해도 하루 최대 90만원에 달하는 '대차 비용'을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 탓에 사실상 휴식권이 박탈됐다고 지적했다.
화물연대는 이번 교섭의 최우선 과제로 숨진 조합원과 관련해 책임자 처벌 및 진상규명, 진정성 있는 사과와 유가족 보상을 내걸었다.
이와 함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휴식권 보장을 위한 대차 비용 철폐, 파업 전부터 자행된 손해배상소송 및 조합원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첫 교섭을 열기 위해 파업 전부터 사측의 물량 보복과 소득 차단 등 탄압을 견디며 인내해왔다"며 "원청이 책임 있게 교섭에 나서야만 편의점주들의 고통과 물류 대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중재 나선 정부·정치권…사측 가처분 신청에 반발
정부와 정치권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중재에 나섰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건의 본질은 5단계 다단계 구조에 있다"며 "BGF리테일이 실질적 원청이자 직접 교섭 대상"이라고 규정했다.
BGF로지스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사는 지난 22일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서 첫 상견례를 갖고 사태 해결을 위한 밀도 있는 교섭에 합의했다.
당시 양측은 대화 국면이 열린 것에 대해 환영하며 "빠른 해결을 위해 집중해서 진행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사측이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어렵게 쌓은 신뢰 관계가 삐걱대고 있다.
화물연대는 사측이 앞에서는 대화를 환영한다면서 뒤로는 탄압의 칼을 갈고 있다며 사측이 교섭 자체를 '긴급협의'로 격하하며 말을 바꾸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럼에도 노사는 지난 24일 창원 한 호텔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비록 가처분 신청 등으로 갈등의 골은 깊어졌으나, 양측 모두 사안의 시급성에 공감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사태 장기화로 가맹점주 피해…사망사고 사법 처리도 '속도'
노사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현장의 피해는 가맹점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CU가맹점주연합회는 최근 BGF로지스와 화물연대 양측에 물류 마비에 따른 영업 손실 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점주들은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의 폐기 손실과 미입고로 인한 고객 이탈 등 구체적 피해 사례를 적시하며 본사와 노조의 대치국면으로 인해 생존권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집회 현장의 물리적 충돌과 인명 사고에 대한 사법 처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최근 화물차 운전자와 경찰 바리케이드로 차를 몰고 돌진한 조합원에 대해 "도망 및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집회 과정에서 흉기로 경찰을 위협한 혐의를 받는 조합원까지 포함하면 이번 사태로 구속된 인원은 총 3명이다.
향후 법원이 사측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화물연대는 더 강력한 상경 투쟁이나 연대 파업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화물연대는 사측의 가처분 신청 취하와 진정성 있는 교섭 이행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열사의 죽음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사측이 전 국민 앞에서 약속한 성실 교섭의 의무를 저버린다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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