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묵은 '김용희의 시대'를 넘다… 역사를 새로 쓴 22일간의 질주
안타 없어도 타율 0.466 압도적 1위… 기록 중단보다 빛나는 품격
아쉬움보다 뜨거운 박수 속에 내려놓은 '신기록'의 무게
안타 없어도 타율 0.466 압도적 1위… 기록 중단보다 빛나는 품격
아쉬움보다 뜨거운 박수 속에 내려놓은 '신기록'의 무게
[파이낸셜뉴스] 영원할 것 같던 거인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2026년의 봄, 대한민국 야구팬들을 잠 못 들게 했던 박성한의 마법 같은 안타 행진이 22경기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랜더스필드를 가득 채운 것은 탄식이 아닌, 한 달간 기적을 선물한 '리그 지배자'를 향한 뜨거운 기립박수였다.
SSG 랜더스의 주전 유격수 박성한은 2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으나, 4타석 무안타에 그치며 개막 이후 연속 경기 안타 신기록 행진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8일 KIA와의 개막전부터 전날 KT전까지, 박성한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기록 수립 이후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5경기 연속 멀티 히트라는 괴력을 선보이며 '어디까지 가나 보자'는 전국의 야구팬들을 경악케 했다.
비록 이날 KT 마운드의 집중 견제와 운이 따르지 않은 타구들로 인해 안타를 추가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남긴 '개막 후 22경기 연속 안타'는 향후 수십 년간 깨지지 않을 KBO리그의 새로운 성역이 될 전망이다.
연속 안타 기록은 중단됐지만, 박성한이 찍고 있는 숫자는 여전히 '비현실' 그 자체다.
23경기를 치른 현재 박성한의 타율은 0.466. 2위권과의 격차가 까마득한 압도적 선두다. 유격수라는 체력 소모가 극심한 포지션을 소화하면서도 5할에 육박하는 타격감을 한 달 내내 유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이미 올 시즌 MVP 레이스의 가장 앞줄에 서 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박성한의 표정은 오히려 덤덤했다.
기록에 대한 압박감을 내려놓은 듯한 에이스의 모습에서 대선수의 풍모가 느껴졌다. SSG 팬들은 커뮤니티와 현장을 통해 "한 달 동안 덕분에 행복했다", "박성한이 우리 유격수라 자부심을 느낀다"며 기록 중단에 대한 아쉬움보다 선수에 대한 고마움을 쏟아내고 있다.
박종호의 39경기 기록에는 닿지 못했지만, 박성한은 이번 신기록 행진을 통해 자신이 단순한 '교타자'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임을 증명했다. 이제 박성한은 기록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팀의 단독 선두 수성과 개인 첫 타격왕 타이틀을 향한 두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44년 만에 한국 야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던 박성한의 찬란한 봄. 기록은 멈췄으나, 우리가 목격한 그의 위대함은 이제 막 역사의 첫 장을 넘겼을 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