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작업복을 즐겨 입었던 한 여성이 수십년 뒤 악성 폐암에 걸린 사연이 알려졌다.
26일 더 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헤더 본 세인트 제임스(57·여)는 집앞에 나갈 때마다 문 옆에 걸려 있던 아버지의 외투를 자주 빌려 입었다.
그는 "1980년대 집 앞마당에서 토끼를 키웠다. 추운 저녁이면 아버지의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가 먹이를 주곤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외투는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헤더는 그 외투에 묻은 먼지가 발암물질인 '석면'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아버지의 체취가 묻은 그 외투를 입는 게 정말 좋았을 뿐"이라고 회상했다.
이후 헤더는 36살에 첫 아이를 출산한 뒤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헤더는 "처음에는 단순히 산후조리 과정에서 겪는 피로감인 줄 알았다. 마치 트럭이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았고, 고열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병원을 찾아 CT촬영 등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헤더의 폐 근처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의료진들은 석면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악성 폐암인 '악성 중피종'으로 진단했다. 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 그녀의 남은 수명은 15개월에 불과했다.
이에 헤더는 보스턴의 전문의를 찾아가 왼쪽 폐와 갈비뼈 한 개, 흉막, 심장막, 횡격막 일부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는 4차례의 온열 항암 치료와 30번의 방사선 치료를 견뎌냈다.
기적적으로 암을 극복한 헤더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한쪽 폐로만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에 계단을 오르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석면 관련 질환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발병 후 1~2년 이내 사망
악성 중피종은 흉부 외벽에 붙어있는 흉막이나 복부를 둘러싼 복막, 심장을 싸고 있는 심막 표면을 덮는 중피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대부분 석면가루가 흉막에 쌓여 발병하는 종양으로 잠복기가 30년에 이르며,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다. 따라서 악성 중피종으로 진단받을 당시에는 이미 질병이 악화된 상태로, 대부분 진단 후 1~2년 이내에 사망하는 치명적 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석면 사용은 2009년부터 전면 금지되었지만, 악성 중피종 발생은 2010년부터 상승기에 접어들고 있다. 병원측은 2045년에는 악성 중피종 환자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악성 중피종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 곤란이다. 병이 진행되면서 숨찬 증세가 점점 심해진다. 가슴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고, 윗배나 어깨, 팔 등으로 통증이 퍼지기도 한다. 쉰 목소리가 나거나, 음식을 삼키는 데 불편감을 느끼게 되고 피로, 기침, 체중 감소, 가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종양이 복막으로 전이됐다면 복통, 식욕 부진, 피로감, 구역질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악성 중피종을 치료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직 없다. 다른 부위로 쉽게 전이되며, 외과적으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간혹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기도 하는데, 큰 효과가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악성 중피종의 위험을 줄이려면 석면 노출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석면에 많이 노출되는 환경에서 일하거나 일한 경험이 있다면, 호흡 곤란이나 흉통이 느껴질 때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차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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