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두율 변호사
[파이낸셜뉴스] 상속 상담을 하다 보면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 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후 의뢰인이 예금을 인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다. 사망 전에 현금을 미리 빼두면 상속세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앞으로 쓸 돈을 미리 확보해 두려거나 다른 상속인에게 재산을 빼앗길 것 같다는 불안 등으로 인한 행동이다. 심지어 일부 의뢰인은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이런 일을 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사망 전 인출로 상속세 피할 수 없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상속인 사망 전에 재산을 처분하거나 통장에서 돈을 뺀다고 해서 상속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상증세법은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하거나 인출한 금액이 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에 재산 종류별로 2억원 이상, 또는 2년 이내에 5억원 이상인 경우로서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으면 이를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용도 불명 금액 전액이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용도 불명 금액의 20%와 2억원 중 적은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가 산입된다. 이 돈을 병원비나 생활비로 썼더라도 금융거래내역·진료기록·영수증 등 객관적인 증빙자료로 용도를 입증하지 못하면 그 나머지 금액은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와는 별개로 자금이 자녀나 배우자 등의 계좌로 이체된 사실 등이 확인되면 증여로 인정될 수 있다. 추정상속재산과 달리 사전증여재산은 상속인에게는 상속개시일 전 10년, 그 외 제3자에게는 5년치를 소급하여 상속세에 합산한다. 사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증여세를 포탈하거나 아예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15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돼 오래전 증여도 추징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사전증여재산이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되더라도 이미 납부한 증여세 산출세액은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공제되므로 이중과세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누진세율 구조상 과세표준 상승으로 인한 세 부담 증가 가능성이 있다. 실무상으로는 상속세 신고 과정에서 신고하지 않은 사전증여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증여세 기한 후 신고도 함께 진행한다.
사망 후 인출, 세금 문제 넘어 형사 범죄 될 수 있어
피상속인 사망 후에 장례비 마련 등을 이유로 고인의 현금을 인출하거나 인터넷 뱅킹으로 자금을 이체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로 인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행위 유형에 따라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절도죄, 사문서 위조죄 등이 적용될 수 있으며, 특히 공동상속인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형사 처벌로 인한 불이익 외에도 사망 후 예금을 무단으로 인출하는 행위는 상속의 단순승인으로 간주될 수 있어, 피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채무 존재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일단 예금을 인출해 사용하면 추후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른 상속이 최선
위에서 언급한 것과는 별개로 임의로 가져간 예금은 다른 상속인들과의 사이에서 상속재산이나 특별수익, 또는 부당이득에 해당할 수 있으며 가져간 상속인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행동으로 인애 아무런 실익 없이 상속재산분할을 둘러싼 갈등만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속세 등을 아끼기 위해 한 행동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상속을 진행하되, 피상속인 생전 생활비, 의료비 등 실제 지출에 대해 증빙자료를 챙겨 객관적인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필요하다.
사망 후에도 반드시 사망신고를 한 뒤 적법하게 상속절차를 진행해야 하며, 공동상속인 전원의 예금 인출 동의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례비 등 긴급 자금이 필요한 경우, 상속예금이 예치된 금융기관의 소액 인출 간소화 절차를 이용해 이 한도 내에서 인출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 보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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