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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석유최고가격 부작용 더 커지기 전 출구 찾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6 18:10

수정 2026.04.26 18:31

제도 종료 후 기름값 급상승 우려
재정부담, 취약층만 핀셋 지원을
26일 오전 서울 도심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스1
26일 오전 서울 도심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스1
정부의 4차 석유최고가격제가 지난 24일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앞서 2차, 3차에 적용했던 수준으로 최고가격을 그대로 묶었다. 이에 따라 정유사가 향후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값 상한선은 L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정부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가격 억제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된다.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현재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L당 2200원, 경유는 2800원, 등유는 2500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가격은 이보다 아래다. 지난 주말 전국 평균 경윳값은 2000원선이었다. 소비자는 L당 800원가량 싸게 경유를 산 것이다.

최고가격제는 중동발 고유가 충격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고육책이었다. 기름값이 오르면 저소득 취약층, 영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운송비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3월 이 제도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4~0.8%p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시장 왜곡이 더 커지기 전에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중동 전황은 여전히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다. 유가는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최고가격제가 처음 시행되던 3월 중순 브렌트유는 100달러(배럴당)로 시작해 4월 초 110달러선을 넘나들었다. 휴전 기대가 나오던 시기엔 하루 10%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지금은 해협 불안과 공급 차질 우려가 더 짙어지면서 다시 110달러를 위협하는 선이다. 시세대로 가격이 매겨져야 소비자도 그에 맞춰 소비를 조절한다.

유가는 치솟았는데 석유 소비량이 크게 줄지 않은 현실은 시장과 괴리된 가격정책 영향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 적용 대상인 휘발유·경유·등유의 국내 하루 소비량은 100만∼120만배럴에 달한다. 정부가 상한선을 조절한 결과 2차 때부터 누적된 인상 억제분은 휘발유 125원, 경유 628원, 등유 573원에 달한다. 제도가 끝나며 이 차액이 한꺼번에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

해외 사례에서 비슷한 기록이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 2022년 2∼5월 석유가격을 동결했다가 해제 직후 휘발유 가격이 66%나 급등했다. 헝가리도 지난 2022년 가격상한제 기간 중 연료 판매량이 50%나 급증해 극심한 수급 왜곡에 시달렸다.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한 정부 입장에선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석유공사는 정유사의 최소가격 차액을 감안해도 정부가 부담해야 할 한달 손실보전 규모는 1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상한 시기 도입된 최고가격제는 단기 처방으로 끝나야 한다. 제도 종료로 인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과 취약층, 생계형 운전자를 상대로 한 핀셋 지원책은 별도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가격 통제에서 시장 회복을 위한 정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