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일반

룰 변경의 타깃은 안세영? "그래~ 니들 맘대로 해봐"… 신경도 안쓰는 '셔틀콕 여제'의 압도적 클래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6 22:54

수정 2026.04.26 23:03

"20년 만의 대격변"… 21점제 폐지, 숨 막히는 '속도전' 예고
'슬로 스타터'에 켜진 비상등?… 사라진 6점의 치명적 변수
"룰보다 압도적 실력"… 전술 재설계로 정면 돌파 나선 대표팀
연합뉴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세계 배드민턴계에 '15점제'라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현실화됐다. 20년 넘게 굳건했던 '21점제'의 문법이 완전히 폐기되면서, 탄탄한 체력과 압도적인 뒷심을 무기로 세계를 호령하던 한국 배드민턴의 '필승 공식'에도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25일(현지시간) 덴마크 호르센스에서 열린 정기 총회에서 현행 21점제를 '15점 3게임제(3x15)'로 변경하는 파격적인 안건을 가결 정족수(찬성 3분의 2 이상)를 훌쩍 넘기며 최종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2006년 도입된 21점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오는 2027년 1월부터는 매 게임 15점을 먼저 선점하는 쪽이 승리를 거머쥐는 새로운 점수 체계가 전면 시행된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속도전'이다.

게임당 점수가 무려 6점이나 증발하면서, 초반의 뼈아픈 실수는 곧바로 세트 패배로 직결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상대를 서서히 옥죄는 긴 호흡의 전략보다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코트의 주도권을 쥐어짜는 폭발적인 초반 화력전이 승패를 가를 절대적 변수로 떠올랐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한국 대표팀이다. 여자 단식 '절대 1강' 안세영(삼성생명)과 남자 복식 세계랭킹 1위 서승재-김원호(이상 삼성생명) 조 등 한국의 간판스타들은 강력한 수비력과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후반에 승부를 뒤집는 '슬로 스타터' 기질이 강하기 때문이다. 짧아진 호흡 속에서 특유의 끈질긴 랠리가 위력을 발휘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12일(현지 시간) 중국 닝보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즈이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이 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뉴시스
12일(현지 시간) 중국 닝보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즈이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이 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뉴시스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에서 우승하며 배드민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한 안세영을 비롯한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선수단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에서 우승하며 배드민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한 안세영을 비롯한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선수단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대표팀 현장에서도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박주봉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15점제로의 개편은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컨디션 관리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안세영이나 서승재-김원호 조 모두 후반에 승부수를 띄우는 스타일인 만큼, 훈련 방식에 즉각적인 변화를 줘서 새로운 템포에 완벽히 적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강한 자신감도 감지된다. 실제로 안세영은 박 감독의 지도 아래 수비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전술로 진화를 거듭해오며 약점이 없는 '완전체'로 거듭난 바 있다.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역시 단호했다. 김 회장은 "15점제 도입으로 견제가 심해질 수는 있겠지만, 안세영을 비롯한 우리 선수들이 정상에 선 것은 특정 룰 때문이 아니라 압도적인 실력 그 자체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은 단순히 시동이 늦게 걸리는 것이 아니다.
새 제도에 맞춰 완벽하게 전략을 수정할 능력이 있다"며 일말의 위기설을 일축했다.

한편, 협회는 다가올 대변혁에 발맞춰 국내 대회 운영 방식도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선수들의 실전 적응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국내 대회부터 15점제를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