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숨통 트인다" vs "피 마른다"… 고유가 지원금 첫날의 '두 표정'

서지윤 기자,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7 16:48

수정 2026.04.27 16:36

전 국민 70% 대상 지급, 1인당 10~60만원 상당
팍팍한 살림에 '단비' VS "30억원 제한에 혜택 주유소 없어"
전문가들 "지역 경제 도움 될 것"
고유가 피해지원금 접수가 시작된 27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9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접수처가 신청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고유가 피해지원금 접수가 시작된 27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9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접수처가 신청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약이랑 파스를 넉넉하게 사둘 계획이에요." 서울 서대문구 주민 박모씨(68)는 고유가 피해 지원금 지급 일정만 기다려왔다. 무릎 통증으로 장시간 근무가 어려운 데다 물가 상승까지 겹치며 생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에겐 혈압·당뇨 등 약값으로 매달 지출하는 5만원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박씨는 이날 지역 주민센터에서 고유가 피해 지원금을 신청하며 "생활이 여의치 않지만 당분간 약값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27일 정부의 '고유가 피해 지원금' 1차 지급이 시작되자, 주민센터 인근은 지원금을 받으려는 주민 발길이 이어졌다.

자영업자들은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 소비 진작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경기 부양책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지원금은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마련됐다. 전 국민 70%에 지급되며 1인당 10~60만원을 지원받는다.

이날 주민센터를 찾은 주민들은 팍팍한 살림살이에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 주민 윤모씨(72)는 "요즘 채솟값도 너무 많이 올라서 반찬을 제대로 챙겨 먹은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면서 "그간 장바구니에 무엇을 담기 쉽지 않았는데 한동안 좀 나아질 거 같다"고 밝혔다.

5부제 신청인 줄 모르고 방문하는 등 혼선도 나타났다. 오는 30일까지는 신청자의 출생연도 끝자리에 해당하는 날에 맞춰 신청하는 5부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날은 출생 연도 끝자리가 1·6인 경우만 신청할 수 있었다. 서울 마포구 주민 이모씨(82)는 "오늘부터 신청받는다는 말만 듣고 왔는데 헛걸음했다"면서 "5부제인 거를 전혀 몰랐고 44년생이라 목요일에 다시 와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고유가 피해 지원금 지급이 시작되며 인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기대감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인근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이모씨(35)는 "이전에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됐을 때도 매출이 10~20% 정도 늘었는데 이번에도 그 정도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물가가 갈수록 올라서 계란값 부담이 큰데 식자재 시장가격을 잘 정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종에 따라서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도 보였다. 공덕시장 내 청과물 상점을 운영하는 김모씨(60대)는 "과일이나 채소는 바로 먹는 거라서 지원금이 나오면 바로 사기는 하는데 요즘은 가격이 너무 올라서 예전처럼 많이 사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면서 "사과 2~3개 사던 거를 소쿠리(5개)째로 사는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소량만 구매하려고 하고 지원금이 나온다고 한들 전체적인 흐름 자체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고유가' 지원금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정작 주유소 현장은 냉랭한 분위기다. 이날 정오께 찾은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한 주유소는 10분 동안 기름을 넣으러 온 차량이 두 대에 불과할 정도로 한산했다. 연 매출 30억원이 넘는 주유소는 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주유소 운영자 A씨는 "차량 5부제를 하고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매출이 10~15%는 줄었다"며 "다 같이 피가 말리는 상황이라 나만 힘들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서울 시내 주유소 10곳 중 4곳은 지원금 결제가 불가능했고, 나머지 6곳은 결제 가능 여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중 매출액 제한에 걸리지 않는 곳은 36%에 불과하며, 서울 등 대도시는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유소 업주 김모씨는 "판매가에서 세금 비중이 높아 매출만 크게 잡힐 뿐인데, 30억원 제한을 두면 서울에서 지원금을 쓸 수 있는 주유소는 거의 없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을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지원금 제도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보면서도 근본적인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고유가로 줄어든 가처분 소득 일부를 지원금 제도로 보완하며 즉각적인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저소득층은 소득이 늘 때 소비를 늘리는 경향성인 한계소비성향(MPC)이 높아 특히 이들의 소비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용 기한이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소비 진작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