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7월 부산 용호동서 실종된 장정훈씨
실종 3개월 만에 서울로 발령난 군인 아버지
휴가 쓰고 부산 내려와 딸 찾았지만 37년째 실종
"최선 다해 찾지 못한 거 같아 마음 아파"
실종 3개월 만에 서울로 발령난 군인 아버지
휴가 쓰고 부산 내려와 딸 찾았지만 37년째 실종
"최선 다해 찾지 못한 거 같아 마음 아파"
[파이낸셜뉴스] "딸과 좋은 추억 하나 만들어보지 못한 게 한입니다. 정훈이가 건강하게 잘 자랐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장래형씨가 37년 전 실종된 딸 장정훈씨(현재 나이 37·사진)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두 살도 채 되지 않았던 정훈씨는 집 앞에서 놀던 중 사라졌고, 장씨는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제보도 받지 못한 채 긴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정훈씨는 1988년 7월 7일 오전 부산 남구 용호동 자택 앞에서 실종됐다.
장씨는 딸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집으로 달려갔다. 장씨는 "도착해보니 아이가 사라졌다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며 "파출소에 신고하고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딸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도 수색에 나섰지만 결과는 같았다. 당시는 폐쇄회로(CC)TV가 보급되기 전이어서 단서를 확보하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씨는 딸의 사진을 들고 부산 곳곳을 뒤졌다. 그는 "그때는 지금처럼 체계적인 수사가 없을 때여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직업 군인이었던 장씨는 3개월 뒤 서울로 발령받으면서 딸을 찾기는 더 어려웠다. 그는 부산을 떠난 이후에도 휴가를 내 여러 차례 딸을 찾아 나섰다. 장씨는 "거리가 멀어지면서 딸을 찾기는 더 힘들어졌다"며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몇 번이고 다시 내려갔다"고 전했다.
장씨는 딸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직도 후회가 남는다고 말했다. 한 곳이라도 더 찾아다니고 적극적으로 전단지를 배포하지 못한 게 아쉽다는 얘기다. 장씨는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 한다"며 "정훈이 사진을 여기저기 보내며 도움을 구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재 장씨는 유전자 등록을 마치고 아동권리보장원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실종 가족을 찾는 방송에도 자료를 제공하며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정훈씨는 실종 당시 두 살이 채 되지 않아 자신의 출생 배경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장씨는 "정훈이가 이제 막 걸어 다니는 갓난아기 나이에 실종돼 친부모의 존재를 모를 수도 있다"며 "혹시라도 본인이 실종 아동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고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훈씨는 양쪽 볼에 보조개가 있고 눈이 크며 쌍꺼풀이 있는 게 특징이다.
장씨 가족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훈씨를 잊지 못하고 있다. 집에는 딸의 사진이 담긴 앨범이 남아 있고, 장씨는 사진을 꺼내보며 시간을 되짚곤 한다. 장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 일을 떠올리며 산다"며 "어제도 가족들과 식사를 하다가 정훈이의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딸의 실종 이후 태어난 자녀들도 성인이 된 이후 정훈씨의 존재를 알게 돼 함께 보고 싶어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정훈이가 어디에 있든 건강하게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딸이 스스로를 버려졌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언젠가 정훈이를 만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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