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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새 협상안 공개…'전쟁 종료→호르무즈→핵' 순서 제시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8 01:31

수정 2026.04.28 01:31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과 이란 간 2차 종전 협상이 대면 접촉 없이 다시 물밑 조율 국면으로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 예정됐던 특사단 파키스탄 방문을 전격 취소하면서 협상 재개 기대감은 낮아졌지만, 양측 모두 완전히 판을 깨지는 않은 채 조건 조율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재국인 파키스탄 당국은 미국과 이란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한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서는 대면 협상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핵심 쟁점은 여전히 순서다.

이란은 새로운 협상안을 통해 전쟁 종료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 문제 해결을 우선 논의하고, 핵 프로그램 문제는 후순위로 미루자는 입장을 제시했다. 반면 미국은 핵 문제를 협상 초기부터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상 순서를 둘러싼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이란 외교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주말 동안 파키스탄을 두 차례 오가며 중재 협상을 조율했다. 이어 오만을 방문한 뒤 27일 러시아로 이동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러시아의 외교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들이 협상하고 싶다면 우리에게 오면 된다"며 "이란은 무엇이 합의안에 들어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이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협상을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협상 주도권이 이란에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란이 제시한 협상안은 단계적 접근이다. 우선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완전히 중단하고 재공격 방지 보장을 확보한 뒤,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와 호르무즈 통행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이후에야 핵 프로그램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특히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미국이 일정 부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으로 평가된다.

협상 교착 속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이날 3.5% 오른 배럴당 108.8달러까지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가 다시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선 확대 가능성도 변수다. 레바논에서는 전투가 다시 격화되고 있다.
이란은 레바논 휴전이 유지되지 않으면 중동 전반을 둘러싼 추가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미국과 이란 협상은 '핵 문제 선논의'와 '전쟁 종료 선논의'라는 서로 다른 출발선 위에서 다시 줄다리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휴전은 이어지고 있지만 종전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이 많다는 평가다.

러시아 찾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찾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