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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된 美英 관계 속 찰스 3세 방미…70년 전 모친의 해빙 역할 재연?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8 10:53

수정 2026.04.28 15:18

엘리자베스 2세, '수에즈 위기' 1957년 방미해 긴장 해소 왕실 외교
찰스 3세, 이란戰 등 둘러싸고 악화된 양국 관계 해결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에서 두 번째)과 커밀라 왕비(왼쪽)를 맞이하고 있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에서 두 번째)과 커밀라 왕비(왼쪽)를 맞이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과 영국의 관계가 냉각된 가운데,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커밀라 왕비와 함께 27일(현지시간) 나흘간의 미국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에 따른 방미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국왕 부부와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미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후 4시 17분께 백악관 남쪽 현관에서 찰스 3세 부부를 직접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찰스 3세는 악수하며 인사했고,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 뒤 백악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찰스 3세 부부는 백악관 그린룸에서 티타임을 한 뒤 백악관 주방 정원 인근 사우스론에 새로 설치된 백악관 벌통을 둘러봤다. 백악관은 지난 24일 "백악관 건물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 벌통을 설치함으로써 연간 꿀 생산량이 약 30파운드(13.6kg) 늘어날 것"이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전한 바 있다. 백악관은 "찰스 3세 부부가 백악관 벌통을 둘러본 뒤 백악관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흘간 진행되는 찰스 3세 방미 행사의 핵심은 28일에 몰려 있다. 백악관 공식 환영식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갖고, 미연방 의회 합동회의 연설을 한다. 백악관 연회 만찬도 둘째 날 일정에 포함돼 있다.

방문 사흘째인 29일에는 뉴욕의 맨해튼 9·11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는 등의 일정이 잡혀 있으며, 30일에는 워싱턴 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 방문 등을 하며 마지막 날을 보낸다.

1976년 백악관 국빈 만찬 당시 엘리자베스 2세(왼쪽)와 포드 대통령.연합뉴스
1976년 백악관 국빈 만찬 당시 엘리자베스 2세(왼쪽)와 포드 대통령.연합뉴스
왕세자 시절 19차례 미국을 찾은 찰스 3세가 2022년 즉위한 이후 미국을 국빈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국왕이자 그의 모친인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57년, 1976년, 1981년, 2007년 등 4차례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찾았다.

엘리자베스 2세의 첫 미국 국빈 방문이던 1957년은 미국과 영국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했던 때였다. 이집트의 1956년 수에즈 운하 국유화에 반발한 영국·프랑스·이스라엘이 이집트에 대해 군사행동을 감행했고, 이에 미국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재정적 압박을 가해 미영 관계는 크게 틀어졌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이때 미국을 찾아 영국 왕실의 전통적 외교 리더십인 '소프트파워'를 한껏 펼쳤다. 31세였던 여왕은 젊고 친근한 이미지를 앞세워 미국 내 부정적 여론을 잠재웠고, 영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 외교적 불신을 희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과는 사적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분이 깊어졌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AP뉴시스
찰스 3세의 이번 방미 역시 양국 관계의 긴장 수위가 상당히 높아져 있다는 점에서 약 70년 전 상황과 닮은 꼴이다.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야심 등으로 균열이 시작된 양국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와중에 영국에 군사 지원을 요청했지만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를 사실상 거절하면서 더욱 악화된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찰스 3세가 모친이 했던 것처럼 양국 간 정치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란 전쟁에서 자신의 도움 요청을 거절한 영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깊은 불신과 불만을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이 찰스 3세 면전에서 전통적 외교 관례를 깨뜨리는 노골적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와 관련,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찰스 3세의 국빈 방문 기간 동안 이란과 나토, 영국의 디지털서비스세 등 이슈가 회담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정부가 영국령 포클랜드섬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찰스 3세에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친트럼프 성향인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미영 관계가 악화한 것을 계기로 '말비나스'라고 부르는 포클랜드 제도가 영국의 식민지 지배 상황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되찾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찰스 3세의 이번 방문 중 가장 큰 정치적 위험이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영국 측 관계자들이 미 대통령 집무실에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이 계획에 없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정치적 퍼포먼스를 갈망한다"고 보도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