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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빼고 종전부터?…이란 새 제안에 미국 내부 셈법 복잡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8 10:44

수정 2026.04.28 10:43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와 전쟁 종식을 먼저 합의한 뒤 핵 프로그램 협상은 추후 진행하자는 새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미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해결이 쉬운 현안을 먼저 매듭짓고, 핵 문제라는 핵심 난제는 뒤로 미루자는 이른바 '단계적 접근'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측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이번 군사행동에 나선 핵심 명분 자체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거였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측 모두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 만큼, 실질적인 입장 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쟁 종식·해협 정상화 먼저…이란의 새 제안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새로운 협상안을 통해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정상화 문제를 우선 논의하고, 핵 프로그램 문제는 후순위로 미루자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의 최근 제안과 관련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아침 국가안보팀과 만났다"며 "그 제안은 논의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사실상 이란의 새 협상안 존재를 공식 확인한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이란의 기존 제안을 거부하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예정됐던 평화회담을 취소했다. 이후 이란이 수정된 형태의 새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놓고 2주 넘게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란은 핵 프로그램 중단과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반출을 요구하는 미국의 제안을 거듭 거부해왔다.

트럼프의 고민…"핵 없는 합의는 승리가 아니다"

이란의 제안에 대해 미국은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주장하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은 사실상 이란의 사전 허가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이는 진정한 의미의 개방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마코 루비오 장관은 또 "이란은 핵무기를 통해 전 세계를 위협하려 한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참모들과 회의를 열고 이란의 협상안을 검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란의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동안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과 이란 가운데 누가 더 큰 협상 지렛대를 쥐고 있는지를 둘러싼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어느 쪽이 더 오래 버틸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일부 참모들은 해상 봉쇄를 두 달가량 더 유지하면 이란 에너지 산업에 장기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유 생산시설은 가동과 중단을 반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생산 중단이 길어질 경우 유전 손상과 막대한 복구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런 압박이 결국 이란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다른 참모들은 이런 분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전쟁 이후 이란 내부 강경파의 영향력이 더 커졌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입장도 더욱 강경해졌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당국 역시 이란 협상단이 최고지도부나 혁명수비대의 승인 없이 핵 문제에서 양보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 차 크지 않다"…단계적 합의 가능성도


다만 CNN은 이날 중재 과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양국 간 이견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중동 담당 국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헨리 우스터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충격 완화를 위해 이란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헨리 우스터 전 부차관보는 "최우선 과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돼야 한다"며 핵 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결하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 다만 핵 문제는 향후 "해결하기 까다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제안을 수용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결국 그렇게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며 "핵 협상은 별도 일정으로 미루고, 해협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