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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띄운 '先종전·後핵협상' 출구 미지수…美 '승전' 명분 부족

뉴스1

입력 2026.04.28 11:29

수정 2026.04.28 11:29

ⓒ 로이터=뉴스1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로이터=뉴스1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최종일 선임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담보로 '선(先) 종전·후(後) 핵 협상'이라는 새 제안을 던지며 전방위 외교전에 나섰다. 그러나 "핵 포기"를 강력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협상 교착을 풀고 전쟁 종식에 다가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란, 72시간의 외교전전…'우군 확보' 총력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72시간 동안 파키스탄, 오만,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하며 이른바 '단계적 평화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아라그치 장관은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실세'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을 두 차례나 면담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했다. 또한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프랑스 외무장관과도 연쇄 전화 회담을 가졌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공분했던 걸프 국가들이 현재는 보복보다 외교적 해결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해 이들 국가의 에너지 수출이 사실상 차단된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러시아 방문에 대해 이슬라마바드 전략문제연구소의 타이무르 칸 연구원은 "러시아가 미·이란 간 이해관계를 직접 대신할 수는 없지만, 외교적 안정자이자 지정학적 균형추로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행보는 2018년 미국의 핵 합의(JCPOA) 탈퇴 당시 고립됐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웃 국가들을 안심시키고 갈등 고조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지지 기반을 구축하려는 '헤징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3단계 평화안'과 미국의 회의적 반응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제안은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중단 및 재발 방지 보장 △2단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논의 △마지막 3단계에서 이란 핵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다.

이란은 자국 통제하에 해협을 재개방하는 동시에, 핵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우라늄 농축 권리를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최신 제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이번 제안을 수용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매우 단순하다.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라며 기존의 핵 포기 요구를 재확인했다.

핵 협상을 뒤로 미루는 합의는 당장의 시장 압박은 완화할 수 있으나, 전쟁을 통해 핵 합의를 이끌어내려 했던 이번 작전의 핵심 목표가 좌절됐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결국 이란의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는 '경제적 지렛대'의 실효성 판단과 추가적인 군사 작전의 필요성에 달려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행정부 내 일부 관리들은 봉쇄를 두 달 더 유지하면 이란이 결국 굴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군사 작전이 재개되지 않는 한 이란의 태도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론과 함께, 유가 안정을 위해 일단 해협부터 개방하는 합의를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겹쳐오는 데드라인…안팎으로 번지는 압박

미국의 봉쇄는 이란의 핵심 재원을 고갈시키고 생산 중단을 압박하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내 유가 급등과 걸프 동맹국들의 피해라는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마비는 비료와 식량 등 필수 물가까지 끌어올리며 세계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이란의 언론인이자 정치 분석가인 레자 아프잘은 알자지라에 이란 내부의 여론도 해협 재개방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란 정부는 미국 정부가 타협에 동의할 때까지 해협을 계속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상황은 5월 1일 미 의회의 전쟁권한법 시한, 트럼프의 5월 14~15일 방중, 그리고 수백만 명의 순례자가 몰리는 하지(Hajj) 기간 등 여러 '데드라인'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공식 승인 없이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60일의 법적 허용 기간이 만료되는 5월 1일까지 반드시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도 정식 절차 없는 전쟁 지속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 지휘를 이유로 방중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으며, 이는 방중 전까지 이란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 바 있다.
또한 하지 기간 중에 갈등이 이어질 경우 걸프 국가들에 막대한 비용과 안전상의 위협을 초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