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차라리 발가락을 떼어놓고 싶다"…치맥 즐기던 4050 덮친 '악마의 통증' [몸의 오프더레코드]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9 18:00

수정 2026.04.29 18:00

"바람만 불어도 비명"… 출산보다 고통스럽다는 요산 결정체의 습격
범인은 당신이 즐긴 '치맥'과 '고기'… 4050 남성 발병률 5년 새 25% 급증
단순 관절염인 줄 알았는데… 방치하면 신장까지 망가지는 시한폭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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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모두가 잠든 새벽 3시, 예고 없는 재앙이 발끝에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그저 뻐근한 느낌인가 싶더니, 이내 누군가 달궈진 송곳으로 엄지발가락 뼈를 사정없이 쑤셔대는 듯한 극통이 밀려온다. 이불깃만 스쳐도 비명이 터져 나오고, 차라리 발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는 극단적인 충동마저 든다.

의학계에서 '통증의 왕'이라 불리는 질환, 통풍(Gout)의 전형적인 습격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 통풍은 잘 먹고 잘 노는 '황제의 병'이라 불렸다.

하지만 지금의 통풍은 대한민국 4050 가장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드는 '가장 보편적인 재앙'이 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통풍 환자는 2016년 약 37만 명에서 2022년 50만 명을 돌파하며 5년 사이 무려 30% 이상 급증했다.

특히 전체 환자 중 40대와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 조직의 허리이자 가정의 기둥인 이들이 지금 '요산'이라는 보이지 않는 칼날 위에 서 있는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풍의 원인은 명확하다. 우리가 즐기는 '치맥(치킨과 맥주)'과 붉은 고기에 다량 함유된 '퓨린'이다. 몸속에서 퓨린이 대사되고 남은 찌꺼기인 요산은 원래 소변으로 배출되어야 하지만, 과도한 섭취와 만성 피로로 배설 기능이 떨어진 4050의 몸속에선 결정체로 변해 관절 사이에 박힌다. 현미경으로 본 요산 결정체는 마치 날카로운 바늘 더미와 같다. 이 바늘들이 걸을 때마다, 혹은 혈액이 흐를 때마다 관절 조직을 찌르니 비명이 나오지 않을 재간이 없다.더욱 충격적인 팩트는 통풍이 단순히 '발가락이 아픈 병'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혈액 내 높은 요산 수치는 신장의 여과 기능을 망가뜨린다. 통풍 환자의 약 25%가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되거나 요로결석을 앓는다는 통계는 이 질환이 전신을 망가뜨리는 시한폭탄임을 증명한다. "좀 아프다 말겠지"라며 진통제로 버티는 행위는, 터지기 직전의 폭탄 타이머를 잠시 가려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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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050 남성들에게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고, 고단한 하루 끝의 맥주 한 잔은 유일한 해방구다. 하지만 뇌(치매)와 피부(냄새)가 경고를 보냈듯, 이제 관절마저 비명을 지르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몸이 보내는 마지막 파업 선언이다.

가족을 위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대한민국 가장들에게 퇴근길의 술 한잔을 어찌 탓할 수 있을까. 다만 되뇌어 본다. 내 마음의 고단함을 달래는 동안, 정작 나를 지탱해 주던 몸의 비명은 너무 오래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무거운 당신이다.
4월이 저무는 이 밤, 당신의 걸음걸음이 조금은 덜 아프고 가벼워지기를 바란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