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과 조정 거쳐 통과"
페르시아만 진입 후 62일 만
사우디 원유 200만배럴 싣고 日나고야로 향하는 중
페르시아만 진입 후 62일 만
사우디 원유 200만배럴 싣고 日나고야로 향하는 중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일본 유조선 한 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오전 7시께 일본 정유사 이데미쓰 코산 소유의 파나마 선적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이데미쓰 마루호'가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만 공해로 빠져 나갔다.
'이데미쓰 마루호'는 지난 2월 초 일본을 출발해 2월 25일 페르시아만에 진입했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가운데 3월 초 사우디아라비아 단만 앞바다에서 원유를 적재했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발이 묶였다.
지난 17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해협 개방을 선언했을 당시 한 차례 이동했지만 곧 재봉쇄가 선언되며 다시 정체 상태에 놓였다가 62일만에 페르시아 만을 빠져 나오게 됐다.
'이데미쓰 마루호'는 오만 무스카트 북쪽 공해상을 거쳐 인도양 방향으로 항해 중이다.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정보에 따르면 행선지는 일본 나고야항으로 돼있다.
이달 초 일본 미쓰이 OSK 라인스가 공동 소유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소하르'와 미쓰이가 소유한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그린 산비'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지만 유조선이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협상한 성과"라며 "통행료는 지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데미쓰 측은 유조선 운항 상황에 대해 "안전상의 이유로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운·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의 분석가인 토리가타 유이는 "일본 정유소가 전적으로 소유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이 처음으로 해당 해협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며 "일본 선주는 그동안 지역 안보 리스크에 대해 극히 신중한 자세를 취해 왔다"고 말했다.
이란 국영TV도 '이데미쓰 마루호'가 이란 당국과의 조정을 거쳐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주일 이란 대사관은 과거 이란산 석유를 비밀리에 수송했던 '닛쇼마루 사건'을 언급하며 "이 유산은 지금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
같은 날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회사 ADNOC 소유의 LNG 운반선이 인도양을 항해 중인 사실도 확인됐다. 이 선박은 지난달 말 페르시아만에 있었으며 목적지는 중국으로 보인다. LNG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역시 처음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한편 현재 이란 혁명 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과 관련해 허가를 받은 선박만 지정 항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항료 징수를 상설 제도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란 국영TV는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전쟁 종료 이후 상선의 원활한 항행 허용이 의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이란의 안보가 위협받지 않는 것이 조건"이라고 전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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