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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황산 처리 맡겨달라' 또 패소…법원, 고려아연 손 들어줬다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9 11:01

수정 2026.04.29 11:00

항고심도 가처분 기각
영풍 책임론도 지적
고려아연(왼쪽), 영풍 CI
고려아연(왼쪽), 영풍 CI

[파이낸셜뉴스]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황산 취급 대행 계약 유지' 관련 가처분 신청이 항고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에 이어 항고심 재판부 역시 고려아연의 계약 갱신 거절이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판단하며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등법원 제25-2 민사부(재판장 황병하)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거래거절금지(예방) 가처분' 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자료를 관련 법리에 따라 살펴본 결과 채권자(영풍)의 신청을 기각한 제1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항고 이유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고려아연이 지난 2024년 4월 황산 관리 시설 노후화와 유해화학물질 관리에 따른 법적 리스크, 저장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영풍의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을 거절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영풍은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하는 황산 처리를 계속 맡아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역시 2025년 8월 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고려아연의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항고심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내려지며 고려아연의 조치가 재차 적법성을 인정받게 됐다.

재판부는 특히 영풍이 자체적인 황산 처리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재판부는 "영풍은 2003년경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스스로 황산을 처리할 방안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고려아연에 처리를 위탁한 채 대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단이 영풍이 20년 넘게 유해화학물질인 황산 처리를 외부에 의존해온 구조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 역시 영풍이 장기간 고려아연에 의존해온 점과 함께 계약 종료 통지 이후에도 약 9개월간 유예 기간이 주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재판부는 고려아연의 거래 거절이 경쟁사를 배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거래 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고 대체 방안 마련을 위한 충분한 기간도 부여됐다"며 "오로지 상대방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이 2019년부터 노후 저장탱크 철거 등 안전 조치를 진행해온 점을 언급하며 이번 거래 거절이 안전 확보 차원의 조치라는 점에도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자료만으로는 영풍의 사업 활동이 현저히 곤란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판결을 두고 "위험물질 처리 부담과 안전 리스크를 외부에 전가해온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결정"이라며 "영풍은 이제라도 자체적인 처리 역량 확보와 안전 관리 강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