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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인수 무조건 OK 아냐" 日, M&A 기준에 '경제안보·고용' 추가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29 14:47

수정 2026.04.29 14:47

'기업 인수에 관한 행동 지침' 보완 위한 추가 문서 초안 공개
마키노 후라이스 제작소. 사진=마키노 후라이스 제작소 홈페이지
마키노 후라이스 제작소. 사진=마키노 후라이스 제작소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정부가 한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일본 공작기계 제조업체 '마키노 후라이스 제작소(이하 마키노)' 인수 계획에 대해 중단 권고를 내린 가운데 기업 인수합병(M&A) 판단 기준에 인수가격 외에 경제안보와 종업원 의사 등 비가격 요소를 추가하기로 했다. 다만 이사회가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날 금융기관·법조계 인사로 구성된 '공정한 인수의 바람직한 방식에 관한 연구회'에서 '기업 인수에 관한 행동 지침' 보완을 위한 추가 문서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은 인수 가격 외 요소도 정당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종업원이나 거래처의 반대, 기술 유출 가능성 등 상황을 예시로 들었다.

다만 "정성적 요소를 경영진의 자기보호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또 "높은 인수 가격만으로 바람직한 인수라고 볼 수 없다"며 기업가치 중심 원칙을 재확인했다. 바람직한 인수는 △기업가치 제고 △증가한 가치의 공정한 주주 배분 △주주 이익 확보 등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가치는 정량적 개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사회가 인수 제안을 거부할 경우에는 대안적 성장 방안을 수치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수치화가 어려울 경우에도 주주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요구했다. 인수를 수용하지 않고 독립 경영(스탠드얼론·stand alone)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이번 보완은 기존 지침에 Q&A 형식으로 추가되며 공청회를 거쳐 오는 7월 확정된다.

이번 개정 방침은 기존 지침 마련 이후 M&A 시장에서 기업 가치보다 가격이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짙어진 가운데 나왔다.

앞서 경산성은 지난 2023년 '기업 인수에 관한 행동 지침'을 통해 '진지한 인수 제안'에 대해 이사회가 성실히 검토하도록 의무화했다. '적대적 인수'라는 표현도 '동의 없는 인수'로 바꾸며 중립적 검토를 유도했다.

그 결과 일본 내 M&A는 크게 늘었다. 지난해 거래 건수는 6259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동의 없는 인수도 8건 중 4건이 성사됐다.

다만 현장에서는 가격 중심 판단이 과도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산성이 이달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들은 '단기간에 인수가격을 웃도는 주가를 만들지 못하면 (인수 제안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높은 가격을 택하지 않으면 소송 리스크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본 정부는 최근 마키노에 대한 MBK파트너스의 인수 계획에 대해 경제 안보를 이유로 중단을 권고하기도 했다.

당시 마키노 경영진은 일본 모터생산회사 니덱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공세에 노출되자 '백기사' MBK와 손을 잡았다. MBK는 마키노 자사주를 제외한 주식 전량을 직전 거래일 종가에 40%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에 공개매수할 계획이었다.
최대 2748억엔(약 2조5500억원)에 이르는 '빅 딜'이 될 뻔했지만 끝내 일본 규제 승인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편 이번 개정 방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주일 미국상공회의소는 "일본 투자 의욕을 저하시켜 다른 국가로의 직접투자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