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란 경제고통 격화…미국 봉쇄에 실업자 100만·살인물가

연합뉴스

입력 2026.04.29 16:10

수정 2026.04.29 16:10

식품·의약품 등 공급난에 국민적 실망·빈곤 확산 재건비용 GDP 육박…"전쟁 끝나도 새 문제 시작"
이란 경제고통 격화…미국 봉쇄에 실업자 100만·살인물가
식품·의약품 등 공급난에 국민적 실망·빈곤 확산
재건비용 GDP 육박…"전쟁 끝나도 새 문제 시작"

이란 테헤란의 한 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는 이란인들 (출처=연합뉴스)
이란 테헤란의 한 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는 이란인들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장기화한 경제 봉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으로 이란 경제가 구렁텅이로 빠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에서 이번 전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약 100만명에 달하며 추가로 100만명이 전쟁의 간접 영향으로 실업자인 상태다. 이란 고용인구가 2천500만명임을 감안하면 이는 엄청난 규모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4월 중순 기준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전년 동기 대비 67%에 달했다.

그간 이란은 수많은 식품과 의약품, 원자재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했는데 전쟁으로 각종 물품 수입이 막혔다.

아울러 각종 제조업체와 소매업자들이 모두 영업을 중단하며 이란 국민들은 생필품을 손쉽게 구하기 어려운 처지다.

대표적 수입 식품 중 하나인 적색육 소비자 가격은 현재 1파운드당 3.6달러(약 5천300원)까지 치솟았다. 한달 최저 임금이 130달러인 이란 국민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쟁 피해 복구 비용도 향후 이란 경제의 발목을 붙잡는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도로, 항구, 주거 시설 피해 규모는 아직 제대로 된 추산조차 어렵다. 이란 국영 매체들은 전후 재건 비용이 약 2천7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란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3천410억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금액이다.

이란 정권은 미국이 먼저 봉쇄를 풀고 세계 시장이 진정되면 조만간 고통이 끝날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임금 인상, 생필품 보조, 현금 지급 등 가용할 수 있는 대책을 총동원 중이다.

막힌 수입 경로를 뚫기 위한 대체 무역로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이란 의원 에브라힘 나자피는 최근 이란 의회에서 자국 북쪽 국경과 맞닿아 있는 튀르키예,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의 철도 연결망과 북쪽 카스피해를 통해 물자를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추적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 자료를 보면 미국의 이란 해상봉쇄가 시작된 후 러시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스탄에서 출발한 최소 11척의 선박이 이란 북부 카스피해 항구에 도착했다. 이 선박들에는 곡물, 옥수수, 해바라기유 등이 선적됐다.

전문가들은 전쟁 이전부터 시작된 이란의 경제 붕괴가 전쟁으로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 만큼 이런 상황이 다시 정권 불안의 요소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자바드 살레히 이스파히니 미국 버지니아공대 경제학 교수는 "이란 정부는 전쟁 종식을 실망과 가난에 빠진 국민에 대처해야 하는 새로운 문제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오랜 경제적 침체에 익숙해진 이란인들이 현 상황을 견뎌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윌슨센터의 글로벌 자문 위원회 위원인 모하메드 아르시는 "이란 국민이 고통을 겪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들은 고통을 참는 역치도 높다"고 말했다.

이란 테헤란 거리에 걸린 선전화 앞을 지나는 여성의 모습 (출처=연합뉴스)
이란 테헤란 거리에 걸린 선전화 앞을 지나는 여성의 모습 (출처=연합뉴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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