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제주, 폭염에 일 멈춘 노동자 소득 보전… 노동친화도시 실행 본격화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2차 노동정책 기본계획 실행 원년
건설 일용직 기후보험 전국 첫 도입
택배노동자 건강검진·유급병가 지원
이동노동자 쉼터 9개소로 확대
호텔·리조트업 원·하청 격차 완화 추진

제주도청과 인근 관공서 전경. 제주특별자치도가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노동정책 기본계획' 실행 원년을 맞아 건설 일용직 기후보험, 택배노동자 건강검진·유급병가 지원, 이동노동자 쉼터 확대 등 체감형 노동정책을 본격 추진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도청과 인근 관공서 전경. 제주특별자치도가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노동정책 기본계획' 실행 원년을 맞아 건설 일용직 기후보험, 택배노동자 건강검진·유급병가 지원, 이동노동자 쉼터 확대 등 체감형 노동정책을 본격 추진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노동친화도시 실현을 위한 체감형 노동정책을 본격 추진한다. 폭염과 한파로 공사가 멈췄을 때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의 소득 일부를 보전하고 택배노동자가 건강검진을 받는 날 임금 걱정 없이 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마련한다.

제주도는 노동시장 변화와 산업구조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노동정책 기본계획(2026~2030)'을 실행에 옮긴다고 밝혔다. 올해는 해당 계획의 실행 원년이다.

이번 기본계획은 노동자가 차별 없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제주도는 선언적 노동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를 위한 기후보험이다. 제주도는 전국 최초로 폭염과 한파 등 극한 기상으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일용직 노동자의 소득 손실 일부를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기후보험은 1억원 이상 공공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한다. 공사가 날씨 때문에 멈추면 일용직 노동자는 그날 임금을 받기 어렵다. 제주도는 이런 소득 공백을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노동 위험으로 보고 올해 하반기부터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야외 노동자를 위한 이동형 쉼터도 운영한다. 제주도는 혹서기와 혹한기에 야외 작업장을 직접 찾아가는 '도라댕기는 쉼버스'를 새로 가동한다. 고정 쉼터 이용이 어려운 노동자를 찾아가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디지털전환과 기후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본격적으로 살핀다. 제주도는 8000만원을 투입해 '디지털전환 및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노동자 실태와 지원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플랫폼 노동과 자동화, 기후위험 확산이 제주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고 정책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동자 건강권 보장도 강화된다. 제주도는 택배노동자의 건강검진비와 유급병가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택배노동자는 하루를 쉬면 곧바로 소득이 줄어 건강검진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는 건강검진 당일 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해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며 하반기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예방 중심 노동보호 체계도 구축한다.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 제정에 따라 중앙정부가 맡아 온 노동감독 권한 일부가 지방자치단체로 위임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제주도는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정원 22명을 확보했다. 권한이 위임되면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노동기준과 산업안전 예방 감독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동노동자 쉼터 '혼디쉼팡'도 확대된다. 혼디쉼팡은 전국 최초로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이동노동자 쉼터다. 이용자는 2022년 7800여명에서 2025년 9만6000여명으로 4년 만에 12배 넘게 늘었다.

제주도는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지난 3월 국비 공모사업으로 1억2600만원을 확보했다. 하반기에는 쉼터 2개소를 추가 조성해 현재 7개소를 9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플랫폼 배달·이동노동자 산재보험료 지원도 강화됐다. 지원 대상 직종은 기존 8개에서 관광통역안내사와 보험설계사를 포함한 10개로 확대됐다. 1인당 지원한도액도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랐다.

노동존중과 차별 없는 일터 조성도 주요 과제다. 제주도는 호텔·리조트업 원청기업과 협력업체 노동자 사이의 임금, 복지, 근로환경 격차를 줄이기 위해 11억원을 투입한다. 고용노동부 국비 공모사업인 지역상생형 일터조성사업의 하나로, 제주 관광산업의 원·하청 상생 모델을 구축하는 시도다.

노동상담 사각지대 해소도 추진된다. 제주도는 주민센터 등 생활권 거점을 활용한 노무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해 정보 접근이 어려운 노동자가 가까운 곳에서 권익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번 노동정책의 핵심은 기후위기, 플랫폼 노동, 원·하청 격차, 소규모 사업장 안전 등 새롭게 커지는 노동 문제를 행정이 직접 다루겠다는 데 있다. 노동정책이 임금과 고용에만 머물지 않고 건강, 안전, 휴식, 이동, 상담까지 넓어지는 흐름이다.

강애숙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제주 노동정책은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노동친화도시 제주 실현을 위해 노동자 권익 보호와 노동환경 개선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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