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끝날 때까지 잔류…파월의 이례적 선택
파월 의장은 29일(현지시간) 사실상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독립성을 거듭 강조하며 정치권 압박이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이 연준 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연준 이사진의 과반 확보는 당분간 어려워지게 됐다.
파월 의장은 "이번 조사가 투명하고 최종적으로 완전히 끝날 때까지 연준 이사직을 떠나지 않겠다"며 "최근 상황 전개에 고무됐지만 남은 절차를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연준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
미 법무부는 지난주 연준 본부 리모델링과 관련한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재수사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파월 의장은 "5월 15일 의장 임기가 종료된 뒤에도 기관과 국민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연준 이사로 일정 기간 더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의장은 일반적으로 백악관의 재임명 없이 4년 임기를 마친 뒤 물러나는 것이 관례다. 이는 차기 지도부로의 원활한 권력 이양을 위한 것이다. 의장 임기를 마친 뒤에도 연준 이사직을 3년 이상 유지한 마지막 사례는 1948년 매리너 에클스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파월 의장의 거취였다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은 이미 예상됐지만, 파월 의장이 완전히 물러날지 여부가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연준 내부 권력 균형에 중요한 변수였기 때문이다.
베선트 공개 비판…연준 독립성 논란 확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파월 의장의 연준 이사직 유지 결정에 대해 공개 비판했다. 그는 "곧 의장직에서 물러날 제이 파월이 연준에 남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관례를 자주 언급해온 그가 일방적으로 잔류를 결정한 것은 전통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준의 독립성을 수차례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비판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적이고 개인적인 공격이 "연준 113년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이 같은 공격이 연준이라는 기관 자체를 흔들고 있으며 정치적 요인을 배제한 통화정책 수행 능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이 금융시장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경고다.
파월 의장은 또 "연준이 앞으로도 정치적 고려가 아닌 철저한 분석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이를 지켜내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이사회 과반 장악 계획은 당분간 어려워졌다. 현재 7명으로 구성된 연준 이사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는 크리스토퍼 월러와 미셸 보먼 등이다. 여기에 케빈 워시가 차기 의장으로 취임하더라도 파월 의장이 남아 있는 한 내부 권력 구도는 단기간 내 급격히 재편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리 동결 속 균열…34년 만에 최다 반대표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연준은 금리 동결 배경과 관련해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며 이는 부분적으로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것"이라며 "중동 지역 정세 변화는 경제 전망에 대한 높은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는 1992년 이후 가장 많은 반대 의견이 나왔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베스 해먹,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의 닐 카슈카리,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로리 로건은 금리 동결 자체에는 찬성했지만,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완화적 기조'를 성명서에 유지하는 데 반대했다.
KKM 파이낸셜 최고경영자 제프 킬버그는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의 반대는 차기 연준 의장 케빈 워시의 금리 인하 기조에 대한 사전 경고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워시가 취임하면 다른 연준 이사들을 설득해 금리 인하를 추진해야 한다"며 "지금이 금리를 내릴 적기"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