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과 개혁신당 등 보수정당에 몸을 담았던 김용남 전 의원을 6·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투입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부터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이혜훈 전 의원까지 보수 인사들을 연이어 중용하거나 중용을 시도하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외부 인사들을 영입하기는커녕,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 등 당내 인사를 쫓아냈다.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중도 확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사들은 당과 척을 지는 형국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고립되고 있는 국민의힘의 운신의 폭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6·3 지방선거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대비한 인재영입을 진행하고 있다. 하정우 전 청와대 AI(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과 전은수 전 청와대 대변인, 김성범 전 해양수산부 차관을 영입했고 각각 부산 북구갑·충남 아산을·제주 서귀포 보선에 공천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와 보선에서 보수 출신 인재도 중용하고 있다. 김용남 전 의원은 물론, 신용한 충북지사 후보도 불과 4년 전까지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있던 사람이다. 울산시장 후보인 김상욱 전 의원도 불과 1년 전 계엄 사태를 계기로 당적을 옮겼다.
반면 국민의힘 인재영입은 미풍에 그쳤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는 지난 2~3월 회계사와 원전 전문가를 시작으로 기업인·청년·지역인재 등을 영입했지만 큰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 당시 기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인재들은 언제 영입하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광역단체장이나 재보선에 공천할 정도로 중량감 있는 인사들은 없었다.
오히려 인재들이 떠나는 분위기다. 광역·기초의원들이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이나 개혁신당에 입당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김규학 전 대구시의원이 최근 민주당에 입당했다. 개혁신당 고위관계자 역시 파이낸셜뉴스에 "국민의힘을 떠나 개혁신당 당적을 갖고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지역 인사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구인난'을 겪으면서 '올드보이'들이 귀환하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 보선에 윤석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5선 정진석 전 실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야권에서는 유 전 의원과 황우여 전 비대위원장·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차출설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당사자들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고강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혁신위원회를 꾸리는 등 혁신을 시도했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국민의힘이 외연 확장에 나서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거 신한국당 혁신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은 광역단체장 15석 중 5석을 당선시키는데 그쳤고, 서울시 구청장 25석 중에서는 서초·강남구청장을 제외한 23석을 민주당에 내줬다.
패배 이후 민자당은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꾸고, 12·12 사태와 5·17 쿠데타를 재조사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군부세력표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인 셈이다. 당시 '스타'였던 홍준표 검사와 김문수 전 장관·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그 영향으로 곧바로 열린 15대 총선에서 139석을 가져가면서 선전했다. 과반은 넘지 못했지만, 새정치국민회의와 민주당이 도합 94석을 가져갔다는 점에서 충분히 평가할 만 했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은 활력과 책임 의식을 잃었다는 당내 비토가 지배적이다. 한 당 관계자는 "과거 중진 의원들은 당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지금은 다들 숨어있다"며 "책임 있는 보수정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초선 의원들도 중진 의원들이 나서서 당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 지도부가 혁신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장동혁 지도부는 당명 개정을 비롯해 고강도 쇄신을 약속했지만, 정작 인적 쇄신을 비롯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데에는 소극적이었다는 논리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절윤을 하지 않고 하는 쇄신이 의미가 있나"라며 "결국 '도로친윤당'의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도부의 기조 속에서는 당의 분위기를 환기 시킬 인물을 영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은데, 국민의힘에 입당하겠느냐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장 대표가 사령탑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의 혁신은 불가능"하다며 "다음 당권을 누가 잡느냐가 당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계엄 사태를 일으키고 무기징역까지 받은 상황에서, 직후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으니 좀 더 긴 시간을 두고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당명 변경과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해 체질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전 의원은 "소수의 기득권 중심의 '줄타기' 정치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인적 쇄신이 있어야 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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