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중 수출을 제한하면서 중국 시장을 화웨이가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화웨이가 올해 중국 AI 칩 시장의 일인자로 등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엔비디아 반도체 수출 통제 이후 화웨이가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화웨이, 올해 中 AI칩 매출 60% 폭증
화웨이는 중국 기술업체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AI 칩 매출이 최소 60% 폭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T는 소식통 2명을 인용해 화웨이 최신 어센드 950PR 칩에 중국 기술업체들의 대규모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기존 주문만으로도 이미 올해 AI 칩 매출이 약 12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75억달러 대비 60% 폭증세다.
지난 3월 양산이 시작된 어센드 950PR 칩이 주력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 4분기에는 개량형인 950DT를 출시할 계획이다.
엔비디아, 미중 사이에서 막혀
소식통 2명에 따르면 엔비디아 H200 반도체는 규제에 묶여 아직 중국에 수출되지 않고 있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마침내 H200 반도체 대중 수출 면허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지만 양국 규제 속에 수출 길이 여전히 막혀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는 엔비디아 칩을 해외 수출용 제품에만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반면 이 소식통에 따르면 미 규제 당국은 중국 고객들이 주문하는 모든 엔비디아 칩이 오직 중국에서만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미중 규제가 충돌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을 쓰려고 해도 쓸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규제 충돌 속에 엔비디아는 세관 승인을 받지 못해 중국에 H200칩을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딥시크, 추론에 화웨이 950PR
중국 기술업체들은 화웨이의 최신 950PR 칩을 AI '추론'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에이전트를 비롯해 학습 단계를 지나 실제 AI를 활용하는 단계인 추론 단계에서 화웨이 칩이 중국 업체들의 기본 사양이 된 것이다.
엔비디아가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워지고 있다.
4월 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화웨이 950PR을 자사 최신 AI 모델인 V4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V4는 더 적은 비용으로 개선된 추론 효율이 특징이다.
다만 소식통에 따르면 V4 학습에는 여전히 엔비디아 칩이 활용되고 있다.
그날이 왔다
앞서 황 CEO는 최근 한 팟캐스트와 인터뷰에서 "딥시크가 (엔비디아 대신) 화웨이를 먼저 찾는 날이 오면 이는 우리나라에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전 세계 AI 모델들이 미국산이 아닌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구동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엔비디아 첨단 칩 대중 수출을 통제하는 가운데 중국이 토종 칩으로 전 세계 AI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 세계 AI 표준이 엔비디아 칩을 바탕으로 한 미국식과 화웨이의 중국식으로 양분되고, 결국 비용 경쟁력과 추론 효율성을 갖춘 중국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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