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장기계약 확대…사이클 완화 가능성
공급 부족 최소 2028년까지…수요 구조도 변화
"사이클 자체는 사라지지 않아"…공급 과잉·중국 변수 여전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장기 호황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수년 단위의 장기 계약에 나서면서 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메모리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공급 부족이 심화되며 '생산자 우위'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과거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던 산업의 사이클이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공급 부족이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맥쿼리의 다니엘 김 애널리스트는 "현재 상승 사이클이 3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내년에는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업황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D램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72%,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 이익률은 6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엔비디아(65%), TSMC(58%)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수요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PC 등 경기 민감 소비재에서 AI 데이터센터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경기 사이클보다 구조적 성장 흐름을 따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고객사들은 기존 분기 단위 계약 대신 3~5년 장기 계약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수요 가시성을 높이고 공급 과잉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노무라증권의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2분기 메모리 가격이 전분기 대비 최대 50% 상승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이익률이 80%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적 성장에 힘입어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1년간 600% 이상 급등했고, 삼성전자도 약 300%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삼성전자 1510억 달러, SK하이닉스 1150억 달러로 TSMC(810억 달러)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가수익비율(PER)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배 이하로, TSMC(약 19배), 엔비디아(약 22배) 대비 낮은 수준이다. 메모리 산업 특유의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여전히 반영된 결과다.
리스크도 남아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어질 경우 향후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변수다. CXMT와 YMTC 등은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패권 경쟁을 다룬 저서 '칩 워'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는 "현재는 분명 슈퍼사이클이지만, 데이터센터 산업 역시 자체적인 경기 사이클을 갖고 있다"며 "장기 계약이 변동성을 줄일 수는 있어도 사이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씨티의 피터 리 애널리스트도 "이번 사이클이 과거보다 길고 강할 수는 있지만, 반도체 산업의 순환 구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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