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미 해군의 해상 통제 강화로 경제적 질식 상태에 빠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 유가 급등과 국내 정치적 부담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압박 수위가 크게 고조된 가운데, 양측이 타협을 통한 출구 전략을 택할지 아니면 전면적인 군사 충돌로 재점화할지를 결정지을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수출 제로’에 직면한 이란, 마비된 테헤란의 일상
이란 경제는 해상 통제 강화 이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통제가 본격화된 이후 이란의 원유 수출은 사실상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일부 분석에서는 “거의 중단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재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300만 배럴로 추정되지만, 상당 부분이 수출되지 못한 채 저장 시설과 해상 대기 탱커에 적체돼 있다. 주요 저장 거점인 하르그 섬과 인근 해상 설비의 가용 여력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분석가는 “수 주 내 추가 저장 여력 한계 도달 가능성”을 경고한다.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이란은 생산량의 20~30% 감산을 넘어 일부 유전 가동 중단까지 검토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장기적 생산 중단은 유정 압력 저하로 이어져 재가동 비용과 기술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 충격은 이미 실물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쟁과 금융 제재, 인터넷 차단이 겹치면서 이란 통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주요 도시에서는 물가가 주 단위로 급등하고 있다. 일부 수입 소비재 가격은 전쟁 이전 대비 2~3배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급등과 정치 압박…트럼프의 ‘선택지 축소’
미국 내에서는 유가 급등이 정치적 리스크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39달러까지 올랐으며, 전쟁 직전 2.98달러 수준이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소비 심리에도 직접 영향을 미쳐, 상당수 미국인이 차량 운행을 줄이거나 가계 지출을 축소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백악관은 전략비축유 방출, 환경 규제 완화, 일부 국제 제재 조정 등 단기 대응책을 동원했지만,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 해결 없이는 구조적 가격 안정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가격은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과 밀접하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무기 소진 우려…군사 지속 가능성 논쟁
전쟁 장기화는 군사적 지속 능력에 대한 논쟁도 불러왔다. CNN과 미국 안보 분석 기관들은 미군이 토마호크, 패트리어트, 사드 등 핵심 미사일 체계를 상당량 소모했다고 분석했다. 일부 보고서는 사드 요격 미사일의 절반 이상이 사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전체 탄약 재고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다른 지역 위협에 대응할 전략적 여유를 점차 잃고 있다”고 지적한다.
WP-ABC뉴스 여론조사(4월 24~28일)에서 미국 성인의 61%가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을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60%는 전쟁이 경기 침체 위험을 높인다고, 절반 이상은 가계 재정 악화를 체감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경제 부담 우려가 확대되며 전통적 강경 지지 기반 내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제한된 협상 공간…‘출구 전략’ 경쟁
이란은 파키스탄 중재 과정에서 미국의 9개 항 제안에 대한 14개 항 답변을 제출했다. 미국은 2개월 휴전을 제안했지만, 이란은 모든 사안을 30일 내 해결하고, 휴전 연장이 아닌 “전쟁의 종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제안에는 △군사적 공격 금지 보장 △미군 철수 △해상 봉쇄 해제 △동결 자산 해제 △보상금 지급 △제재 해제 △모든 전선 전투 종료 △호르무즈 해협 관리 체계 신설 등이 포함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기존 입장을 일부 수정하며 협상 여지를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이제 미국의 봉쇄 해제 보장과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 조건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핵 문제도 제재 완화와 맞교환 형태로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유연성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회의적 입장을 유지하며, “그들이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며 군사 옵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인도적 관점에서는 군사 행동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언급, 완전 강경 노선과는 일정한 온도 차를 보여주고 있다.
전쟁의 동력은 화력이 아닌 경제적 지속 가능성으로 이동했다. 양측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기 위한 치열한 수싸움에 돌입했다. 관건은 이란의 요구 조건과 미국이 고수하는 핵 폐기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다. 경제적 압박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잠재력은 있지만, 극한의 불신을 넘어 실질적 종전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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