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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무 다하자니 하청업체와 교섭부담... 중처법 노봉법 상충 논란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3 15:53

수정 2026.05.03 15:53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 상충 논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이환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 상충 논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업이 처한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 간 외통수 상황
구분 안전 관리 강화(개입) 경영 자율성 존중(방치)
중대재해처벌법 안전 의무 준수: 사고 예방 및 처벌 리스크 감소 위반 위험: 안전 관리 소홀로 사고 시 대표이사 처벌
노란봉투법 측면 사용자성 인정: 하청 노조가 원청에 직접 교섭 요구 및 파업 가능 회피 가능: 직접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아 교섭 의무 면제 가능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의무를 원청 기업에 부과한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동자의 교섭 요구권을 보장한 일명 '노란봉투법'이 상충 논란을 빚고 있다. 원청 기업 입장에서 안전 책임을 다하면 하청 노조와 협상을 해야 하고, 이를 피하려다 사고가 나면 감옥에 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 관리 의무를 부여한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동자의 단체 교섭권을 보장한 '노란봉투법'이 기업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처법 노봉법 기업이 처한 외통수
중대재해처벌법은 직접 고용하지 않은 하청 업체의 안전 관리 책임을 원청 업체에 부여하고, 사망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원청 기업의 최고 경영자나 회장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봉법은 '사용자성'이 있는 원청 기업은 하청 근로자 단체의 교섭 요구를 거절할 수 없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 김종수 노동그룹장(파트너 변호사)은 "중처법에 따라 원청 기업이 하도급 업체에 대해 안전보건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안전 의무를 다하면 노봉법에 따라 교섭 의무가 발생한다"며 "교섭 테이블이 만들어지면 하청 노조가 산업안전 의제 외에 다른 의제도 협상하려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거대 선박을 만드는 A회사가 엔진 부품을 만드는 B하청 업체 직원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했다. 이후 B하청 업체 노조가 "산업 안전에 대해 얘기하자" 불러 놓고 임금이나 근로 조건 등 다른 교섭 의제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하청 근로자들은 원청 기업에 대한 파업도 가능해진다.

법무법인 YK 조인선 중대재해센터장은 "중처법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자 하는 취지를 살리면서 원청 기업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산안법' '파견법' 논란과 흡사... 차이점도
'중처법'과 '노봉법'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과거 '산업안전보건법'과 '파견법(불법파견)' 사이에 벌졌던 논쟁과 유사한 점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명 '안전관리의 역설' 문제로 과거에는 원청 기업이 안전 관리를 열심히 하면 '하청업체 직원을 직접 고용하라(직접 고용)'라고 요구를 받았다면 이제는 '하청노조와 직접 협상하라(교섭 의무)'가 발생한 것이다.

법무법인 광장 김기현 변호사는 "과거 논란 당시 고용노동부는 산안법상 안전관리 의무를 하더라도 파견법 위반이 아니라는 지침을 냈었다"며 "하지만 최근 논란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고용노동부 지침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하청 근로자를 위한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은 사용자 판단에서 제외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원청 기업이 하청 기업에 대한 안전 의무를 다 하더라도 그것을 빌미로 불필요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의무를 면제해 줘야 한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화우 홍성 노동그룹장은 "중처법과 노봉법은 '모순'이 아니라 기업에게 각각 다른 의무가 부과된 것으로, 현재 상황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다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고용노동부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는 방향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