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요양병원 어르신 빈혈 '응급 수혈' 반복만이 답인가

변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4 09:55

수정 2026.05.04 09:55


"피 부족하다는데…" 요양병원 장기 환자 빈혈, 원인 찾고 선제 대응해야
잦은 수혈은 '임시방편'… 장기 입원 환자 혈색소 수치 관리의 핵심 전략
병동 회진을 돌면서 환자를 돌보는 온요양병원 전기환 진료부원장. 온병원 제공
병동 회진을 돌면서 환자를 돌보는 온요양병원 전기환 진료부원장. 온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요양병원에 부모님을 모신 보호자 A씨는 어버이날을 앞둔 최근 가슴 철렁한 연락을 받았다. 평소 기력이 없으시던 어머니의 헤모글로빈(혈색소)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당장 응급 수혈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내용이었다. 요양병원 장기 입원 환자들에게 빈혈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의 헤모글로빈 정상 수치는 보통 12~13g/dL 이상이다. 그러나 요양병원 환자들은 이 수치가 7~8g/dL 이하로 떨어져 응급 수혈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가장 먼저 '만성 신부전'을 꼽는다. 신장은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을 만들어내는데, 신장 기능이 노화나 질병으로 저하되면 몸 안의 '피 공장'이 가동을 멈춘다.

두 번째는 '위장관의 미세 출혈'이다. 위궤양이나 대장 게실염, 혹은 인지하지 못한 암세포 등으로 인해 소량의 피가 계속 새어 나가는 경우다. 이외에도 만성 염증으로 인해 몸이 철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만성 질환 빈혈'이나 영양 결핍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수혈은 수치가 급락한 환자에게 즉각적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응급처치다. 하지만 반복적인 수혈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잦은 수혈은 체내 철분 과부하를 일으켜 심장이나 간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고, 면역 거부 반응이나 감염 등의 합병증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수혈에만 의존하다 보면 빈혈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내부 질환을 놓칠 우려가 크다는 점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응급 수혈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의료진과 협력하여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먼저, 정기적인 잠혈 검사가 필요하다.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소화기계 출혈 여부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환자의 전신 상태가 가능하다면 위·대장 내시경을 통해 출혈 부위를 확인하고 지혈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고령 환자는 검사 자체가 무리가 될 수 있어 주치위의 신중한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조혈제 및 철분 주사 요법의 병행이다. 신장 기능 저하로 조혈 자극 약물(ESA)을 투여할 때, 피의 재료인 철분이 충분해야 약물이 효과를 내므로 정맥 주사 등을 통해 부족한 철분을 함께 공급하여 스스로 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특히 먹는 철분제는 고령 환자의 장에서 흡수율이 낮고 변비를 유발하기 쉬우므로 정맥 주사가 효율적일 수 있다.

셋째, 충분한 고단백 식이 관리다.
적혈구 생성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함께 엽산, 비타민 등도 필수적이다. 음식을 씹고 삼키기 어려운 환자라면 특수 영양식이나 단백질 수액 등을 통해 조혈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부산 온요양병원 전기환 진료부원장(내과전문의)은 "빈혈은 환자의 기력 저하뿐 아니라 욕창 발생이나 심부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라며 "수치가 떨어질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피를 채우기보다는,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원인을 교정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환자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조언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