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 문제를 두고 치열한 외교적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양측은 협상 조건을 조정하며 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리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핵 프로그램 등 핵심 쟁점에서는 여전히 큰 간극을 보여 앞으로의 협상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14개 항 제안 제출…단계적 협상 계획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달 30일 파키스탄을 통한 중재 과정에서 미국의 9개 항 제안에 대한 답변으로 14개 항 제안을 제출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개월간의 휴전을 제안했지만, 이란은 모든 사안을 30일 내 해결하고 휴전 연장이 아닌 전쟁 종식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
이 제안에는 △군사적 공격 금지 보장 △미군의 이란 주변 지역 철수 △해상 봉쇄 해제 △동결 자산 해제 △보상금 지급 △제재 해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전투 종료 △호르무즈 해협 관리 체계 신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이번 제안에서 단계적 논의를 제시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그리고 이란과 레바논에서의 영구적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1개월 내 마친 뒤, 이후 핵 프로그램 문제에 대해 추가 1개월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전 요구 완화, 동시 협상으로 전환"
특히 이번 제안에서 이란은 이전보다 요구 조건을 완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과거에는 미국의 봉쇄 해제를 회담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해협과 핵 프로그램 논의 전에 전쟁 종식 조건에 먼저 합의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번 새 제안에서는 미국과 동시에 조건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즉, 미국이 공격 중단과 항구 봉쇄 해제를 보장하는 동시에, 이란의 해협 관련 조건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또한, 새 제안에는 미국 제재 완화와 맞교환으로 이란 핵 문제 논의를 시작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트럼프 "긍정적 논의 진행중...수용은 불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 출입 전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합의를 원하지만, 나는 만족하지 않는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2일에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곧 제안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그 내용이 수용 가능할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며 "그들은 지난 47년간 인류와 세계에 저지른 일에 대해 아직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마이애미행 비행기 탑승 전 기자들이 이란에 대한 공격 재개 가능성을 묻자, 그는 "말하고 싶지 않다. 언론에 그렇게 말할 수 없다"며 "그들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나쁜 행동을 하면, 지켜보겠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도 "미국 대표단이 이란과 매우 긍정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며, 이러한 논의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이란 측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검토했지만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이란은 협상을 원하지만, 나는 제시 조건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美, 이란에 새로운 수정한 초안 발송
이날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란의 제안에 대한 대응으로 새로운 수정안 초안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미국은 3일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 초안의 또 다른 수정본을 발송했으며, 이는 이전에 이란이 제출한 최신 제안에 대한 대응 조치였다"고 전했다. 다만 제안 초안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이는 이날 IRIB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이란의 14개 항 계획은 오로지 종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현 단계에서는 핵 협상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측이 제안에 대한 답변을 파키스탄 중재국에 전달했음을 확인했으며, 이란 정부가 현재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와 관련한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의 망상"이라며 일축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또한 30일이라는 기간이 '최후통첩성 마감 시한'이라는 추측도 일축하며, "30일은 단계적 순서(sequence)일 뿐, 카운트다운이 아니다. 이란은 압박이나 최후통첩 아래서 협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새 제안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사실상 봉쇄 해제를 이란에 요구해왔으며, 핵 능력 유지 문제를 '레드라인'으로 보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한 보장은 수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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