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황에 수출은 견조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 석유 수입이 사실상 차단되자 브루나이, 리비아, 미국 등 대체 공급원을 활용하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4일 보도했다.
유럽 무역조사업체 클레퍼의 해상 운송 데이터에 따르면 태국의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및 콘덴세이트 수입은 지난달 기준 하루 16만배럴로 지난 2월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이 감소분 중 일부는 브루나이와 리비아산 수입 증가로 충당됐다. 브루나이산 수입은 지난 2월 전무했지만 지난달에는 7만1000배럴로 늘어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비아산 수입은 하루 약 11만3000배럴로 같은 기간 28% 늘었다.
이같은 흐름은 태국 정부가 발표한 공식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태국 상무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3월 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수입은 전년 대비 43% 감소했고 UAE산은 6% 줄었다. 반면 라비아산은 54% 증가했다. 태국은 이 외에 아르헨티나와 가이아나에서도 원유를 수입했다.
태국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브라질, 나이지리아, 카자흐스탄 등 여러 국가로부터 석유를 확보하려 하고 있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경우 쿠웨이트산 원유 수입이 지난달 하루 15만9000배럴로 2월(37만5000배럴)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해 베트남 원유 수입의 80%는 쿠웨이트산이었다. 대신 베트남은 지난 3월 앙골라·아르헨티나·코트디부아르에서,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원유를 조달했다.
세계 최대 선박 연료 공급 허브이자 주요 석유화학 생산 거점인 싱가포르도 공급 다변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원유 및 콘덴세이트 수입은 하루 약 38만8000배럴로 2월 대비 약 61% 급감했다. 현재 싱가포르 수입의 60% 이상이 미국산이다.
러시아 역시 대체 공급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클레퍼의 원유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정유사들은 가장 즉시 공급 가능한 대안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적극적으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거래 가능한 물량이 제한적이어서 공급 부족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원유 공급 부족 우려에도 동남아 국가들의 수출은 전반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태국의 3월 총 수출은 351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8.7% 증가했다. 전자 산업 호조와 AI 관련 수요 증가가 이를 뒷받침했다.
베트남의 3월 총 수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으며 전자제품·컴퓨터·기계 수출이 성장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 수출도 제조업 중심으로 8.3% 증가했다.
싱가포르의 3월 비석유 국내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15.3% 증가하며 전월(4%)보다 성장세가 확대됐다.
HSBC의 아세안(ASEAN)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AI 붐 덕분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같은 기술 중심 경제가 무역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 혜택은 고르게 분포되지 않는다"며 전자 산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 대한 혜택이 특히 두드러지고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고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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