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전 세계 아미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BTS 콘서트 예매할 것"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7 11:03

수정 2026.05.07 09:35

이종섭 서울대 교수 인터뷰
통화 국경 사라져..지금이 '혁신의 골든타임'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6.04.22 사진=박범준 기자)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6.04.22 사진=박범준 기자)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6.04.22 사진=박범준 기자)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6.04.22 사진=박범준 기자)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6.04.22 사진=박범준 기자)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6.04.22 사진=박범준 기자)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6.04.22 사진=박범준 기자)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6.04.22 사진=박범준 기자)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6.04.22 사진=박범준 기자)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6.04.22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아미(BTS 팬덤)가 앨범과 굿즈를 사고,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원화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지급·결제의 글로벌 실사용처(유즈케이스)를 찾을 수 있다."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연구로 알려진 이종섭 서울대 교수(경영학과)는 파이낸셜뉴스가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개최한 '2026 FIND·제27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강연한 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종섭 교수는 "지금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대한민국의 디지털 경제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진단한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지급·결제 건수와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뒤처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본은 빠르게 국경을 넘나들고 있는데 한국이 이해관계자간의 대립 속에 '골든타임'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의 한계만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면서 "발행이 아닌 유통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제도화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K컬처의 글로벌 유행이라는 기회가 왔을 때 실사용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도록 제도적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발행을 통해서 이자 수익을 얻는 미국형 비즈니스가 안 되더라도 유통 비즈니스의 스케일을 키워주면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컬처라는 '문화적 중력'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스테이블코인 유통 시장의 99%를 점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수많은 정부가 제도화에 어려움을 겪는 지점은 '실사용처의 부재'이다. 이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처'가 K컬처를 중심으로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누가 이 코인을 실제로 쓸 것인가라는 질문에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이미 그 답을 가지고 있고,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국제 금융 허브라는 지위에서 나오는 효과가 있다"면서 "원화에는 부족한 측면들"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한국은 강력한 K컬처 팬덤이 형성한 한국-원화에 대한 중력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해외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디지털 국토의 확장이 가능해지는 지점"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물리적 국경을 넘어 전 세계 디지털 공간에서 원화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원화 기반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선점과 퍼스트 무버 효과
이 교수가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AI 에이전트(Agentic AI) 경제의 도래다. 이 교수는 "내년쯤이면 미국에서 AI 기반의 1인 창업 유니콘 기업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우리가 이러한 글로벌 표준 레일에서 빗겨나 있다면 우리 AI 에이전트들은 글로벌 경제 생태계에서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글로벌 앱의 지급·결제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용자가 일일이 결제 버튼을 누르는 시대가 끝났다는 진단이다. AI 에이전트가 디지털 세상에서 스스로 정보를 비교하고 쇼핑몰, 앱과 동기화돼 결제를 수행하는 시대가 곧 열린다는 것이다.

이 때 스테이블코인의 수요는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에이전틱 환경에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고, 즉각적이며, 자동화된 결제 체계가 필수적인데 전통적인 방식의 외환 송급 시스템을 이용하면 수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경제 이라는 새로운 공간 위에서 어떤 통화 기반 코인이 먼저 올라 서느냐는 향후의 화폐 질서를 재편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면서 "블록체인이란 돈과 금융의 플랫폼화다. 먼저 올라가는 사업자나 국가가 퍼스트 커머(First-comer)로서 거대한 선점 효과를 누리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보와 자본이 국경도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공간에서 표준화된 디지털 '결제 레일' 즉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결제 레일이 없는 통화는 단순한 사용자의 불편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 달러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달러가 강해서가 아니라, 가장 먼저 그 위에 올라갔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로서 외환 송금과 환율 변동에 상시 노출된 만큼 원화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화를 디지털 플랫폼화하는 작업을 관망하기 보다 국가의 전략적 사업으로서 그 이점을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정반합(正反合)'
이 교수는 '유연한 설계'를 주문했다.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과 대립으로 이해하는 의견도 많다. 이 교수는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기능적 결합은 물론 유기적인 공존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또 이를 위한 유연한 제도의 설계를 강조했다.

그는 "CBDC와 예금 토큰은 규제 안에서 디지털 활용 사례를 커버하고 안전망을 제공하는 데 유리하다"면서 "스테이블코인은 크로스 보더(국경 간 거래) 결제가 활성화된 글로벌 표준에 접근하고 비즈니스 스케일을 일으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세상의 표준이 스테이블코인화되어 가고 있는데, 우리가 예금 토큰만을 고집한다면 글로벌 시장 접근성이 차단될 것"이라며 "발행 측면에서 CBDC와 예금 토큰을 활용하고 유통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결합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또 다른 걸림돌로 지적되는 기존 은행권과의 갈등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전략적인 유동성 비율 설계를 제안했다. 그는 "예를 들어 100만 원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때 150만원 상당의 준비자산을 보유하도록 유동성 비율을 강화하면, 민간 사업자는 자연스럽게 은행에 파트너십을 요청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또 "지방은행 활성화 효과도 있다"면서 "발행사가 담보 자산을 지방은행에 예치하게 하면 해당 은행의 예금 공급을 두텁게 하고, 이를 통해 지역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스테이블코인 준비 자산이 지방은행의 예금으로 들어가면 지방은행의 대출 여력이 증가하고, 이는 지방 기업의 운전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간도 다 비용"
이종섭 교수는 "시간도 다 돈(비용)"이라며 "디지털 금융의 혁신 속도는 3개월 단위로 시장 판도가 바뀔 만큼 매우 빠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글로벌 표준은 미국 주도로 정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혀 원화 유출을 막는 '수비형 안정성'에만 치중한다면 오히려 줄어드는 원화 경제 생태계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확실한 용처를 통해 돈이 들어오는 방향성을 확보하는 '공격형 안정성'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싸고 소모적 논쟁이 이어지는 동안 이미 달러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침투'는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표준의 적립은 굳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이해 당사자 간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완벽한 법안을 기다리며 관망하는 한국은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서 "이제는 머릿속의 지분율 논의를 넘어 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액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코인의 준비 자산 비중에 예금과 채권의 비중을 두고 논쟁을 벌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100:0의 논리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예금 담보와 채권 담보의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70:30 혹은 80:20 등 유동적인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소비자는 결국 보다 안정적인 발행처, 유통기업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