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새 시즌
英 탄광촌 소년의 발레 향한 꿈
빌리스쿨 거친 네 명의 아역과
성인 빌리로 돌아온 임선우 호흡
가정의 달 수놓는 K뮤지컬도
서편제·몽유도원·홍련 등 눈길
英 탄광촌 소년의 발레 향한 꿈
빌리스쿨 거친 네 명의 아역과
성인 빌리로 돌아온 임선우 호흡
가정의 달 수놓는 K뮤지컬도
서편제·몽유도원·홍련 등 눈길
■소년의 비상, 시대의 그림자
1984년 영국 탄광촌, 파업 투쟁의 불길 속에서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 빌리의 이야기는 2001년 동명 영화로 먼저 사랑받았다. 영화의 감동을 무대 언어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뮤지컬은 2005년 초연돼 전 세계 1200만명의 관람객을 만났다.
1막의 대미를 장식하는 '앵그리 댄스(Angry Dance)' 시퀀스는 이 공연의 백미 중 하나다. 아버지의 반대와 형의 체포 등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발레 오디션이 좌절된 빌리가 거칠고 날선 탭댄스로 분노와 절망을 토해내는 장면이다. 초반부 흐름을 단숨에 반전시키며, 공연만의 미덕이 살아 있는 장면 연출로 시선을 끈다.
작품은 빌리의 성장과 영국 노동 계급의 몰락을 균형 있게 다룬다. 하얀 튜튜를 입은 소녀들과 투박한 작업복을 입은 광부들의 이미지 대비뿐 아니라, 빌리가 합격 통지서를 들고 고향을 떠날 때 파업에 실패한 광부들이 갱도 깊숙이 내려가는 대비는 씁쓸하면서도 복합적인 감정을 안긴다. 동시에 아들의 재능을 위해 자존심을 꺾는 아버지와 그를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으는 마을 주민들의 연대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증명하며 감동을 전한다.
"마라톤을 뛰며 햄릿을 연기하는 것과 같다"는 빌리 역을 위해 제작사는 무려 1년 반에 걸친 대장정을 이어왔다. 240여 명의 지원자 중 키 150㎝이하, 변성기 전의 남아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한 아이들은 '빌리 스쿨'에서 매주 6일, 6시간씩 사투를 벌였다. 80페이지 분량의 대본을 외우고 샤프롱(아역 관리 전문가)의 세심한 케어 속에 주역으로 거듭난 네 아역 배우들은 극 중 빌리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국내 협력연출 이지영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 작품은 단순히 '꿈은 이뤄진다'는 낙관적 메시지에 머물지 않는다"며 "한 사람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짚었다.
극 중 무용 교사 윌킨슨이 빌리에게 '춤을 잘 추는 것보다 너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장면이나 돌아가신 어머니의 편지 내용 역시 같은 맥락이다.
■평균 12.5세, 4명 빌리 활약 중
윌킨슨 역의 최정원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레터 신'을 꼽으며 "어머니의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는 매번 울컥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성인 빌리와 어린 빌리가 의자를 파트너 삼아 춤추는 '드림 발레' 장면은 창의적인 시퀀스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과거 1대 빌리에서 '성인 빌리'로 돌아온 임선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는 "플라잉 장면을 앞두고 와이어 연결하는 달칵 소리만 들어도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 울컥한다"며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사회·경제적 격변기와 노동자 파업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오늘날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공포와 겹쳐지기도 한다. 스티븐 달드리 연출은 최근 내한해 "결코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라이브 공연의 경험"이라며 이 작품의 본질적 가치를 역설했다.
■'서편제' '몽유도원' '홍련' 주목
한국적 색채의 창작 뮤지컬 세 편도 공연 중이다. 이자람, 차지연, 이봄소리, 시은과 함께 돌아온 '서편제'는 소리꾼의 길을 걷는 가족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동명 소설 원작 뮤지컬. 판소리와 팝, 록, 발라드를 절묘하게 융합한 윤일상 작곡가의 넘버들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의 힘을 보여준다.
국립극장에 이어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오른 '몽유도원'은 '명성황후' '영웅'을 선보인 제작사 에이콤의 30년 내공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도미 부부 설화를 소재로 한 최인호 소설 '몽유도원도'를 무대 언어로 옮겼는데 한 폭의 수묵화와 같다.
재연 중인 '홍련'은 20~30대 선호도가 높은 창작 뮤지컬로 우리 전통 설화 속 처녀귀신 홍련과 망자의 한을 풀어주는 여신 바리를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서양의 콘서트 형식과 동양의 씻김 의식을 결합해 독창적인 무대 언어로 풀어낸 게 특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