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문 닫는 어린이집… "대기만 100번 넘어" 속타는 부모들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4 19:15

수정 2026.05.04 19:14

서울지역 어린이집 4년새 1천곳↓
저출생에 운영 부담 갈수록 커져
노동 대비 낮은 임금·복지 수준
보육교사 열악한 근무환경도 문제
"돌봄공백 해소할 대책 마련 시급"
문 닫는 어린이집… "대기만 100번 넘어" 속타는 부모들
저출생 여파로 서울 지역의 어린이집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은 입소대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어린이집의 운영 부담이 커지면서 폐원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생률이 갈수록 하락하며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늘어나지만 역설적으로 보육공백 문제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돌봄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지역 어린이집 수는 2021년 5049개에서 2022년 4712개, 2023년 4431개, 2024년 4212개, 2025년 4010개로 해마다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육교직원 수도 5만2263명에서 4만8026명으로 줄었다. 저출생 여파로 관련 시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어린이집 폐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보육 현장에서는 운영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년째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박모씨(56)는 "정원이 30명 정도인데 2~3년 전부터 정원의 80% 정도를 채웠고 올해는 60% 정도만 채웠다"면서 "보육료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이 감소한 상황에서 교사 인건비나 임차료는 고정적으로 똑같이 나가기 때문에 운영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행 보육지원금이 '아동 수'에 비례해 지급되는 방식이다 보니, 정원이 한두 명만 줄어도 교사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폐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따라서 아동 수와 관계없이 최소한의 운영을 보장하는 인프라 중심의 지원체계로 전환해야 보육공백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보육교직원이 해마다 줄고 있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현장에서는 낮은 임금과 장시간 근무 등 열악한 처우가 인력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의 '2024 전국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월평균 급여는 287만3000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근무시간은 9시간38분이지만, 잔업 등을 포함한 실제 근무시간은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영등포구 민간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문모씨(25)는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것이 이례적일 정도로 근무여건이 열악한데 노동 강도에 비해서 처우와 복지 수준은 낮은 편이라 전문성을 축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보육 수요가 일부 어린이집으로 몰리면서 일각에서는 입소대기 문제가 심화하는 등 극과 극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워킹맘 김모씨(32)는 지난해 출산과 동시에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를 신청했지만 대기번호는 100번을 넘겼다.
김씨는 "자녀가 1명이고 흔한 맞벌이 부부라 가산점을 별로 받지 못해 입소는 '하늘의 별 따기'인 것 같다"며 "가정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그마저도 경쟁률이 10대 1을 넘겨서 희망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추세로 인해 어린이집이 감소하는 문제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보육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린이집에서 특정 연령대를 모집하지 않는다거나 폐업하는 문제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돌봄 수요가 충분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